19년 프로 생활의 허망한 끝…박한이, 음주운전 적발 뒤 은퇴
26일 대타 끝내기 안타로 화려한 조명받고…27일 음주운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성실함으로 버텼던 19년의 프로 생활이 허무하게 끝났다.
박한이(40·삼성 라이온즈)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후, 은퇴를 선언했다.
삼성 구단은 27일 "박한이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자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한이는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 말 2사 후 대타로 등장해 끝내기 안타를 쳤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포기하며 삼성에 남고, 올 시즌 KBO리그 최고령 선수가 된 박한이는 "나부터 '마흔 살의 타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의욕적으로 시즌을 시작했고, 올 시즌 가장 화려한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하루 뒤 박한이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삼성 구단은 "박한이가 27일 오전 자녀 등교를 위해 운전을 했고, 귀가하던 길에 접촉사고가 났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했고, 박한이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65%로 면허정지 수준으로 측정됐다"고 전했다.
박한이는 구단에 "26일 대구 키움전이 끝난 뒤,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을 참관한 후 지인들과 늦은 저녁 식사를 하다가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분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사과는 프랜차이즈 스타 박한이를 아끼던 팬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다.
박한이는 2001년 입단해 2019년까지, 19시즌 동안 삼성에서만 뛰었다. 우승 반지도 7개(2002, 2004, 2005, 2011, 2012, 2013, 2014년)나 손에 넣었다.
무려 16시즌(2001∼20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치며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로 불렸다.
26일 키움전 끝내기 안타는 박한이의 개인 통산 2천174번째 안타였다. 그는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박한이는 2년 총 10억원에 사인했다. 2013시즌 후 두 번째 FA가 됐을 때도 4년 28억원에 계약했다.
삼성 팬들은 박한이를 '착한이'라고 불렀다. '착한 계약(예상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했다는 의미)을 한 박한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박한이는 세 번째 FA 권리를 포기한 뒤 "당연히 더 많은 금액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쉬움은 없다. 내 운이 거기까지였다. 한 팀에서 오래, 즐겁게 뛰는 것도 선수가 누릴 수 있는 행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FA 권리까지 포기하며 얻은 '한 팀에서 오래 뛰는 즐거움'을 박한이는 스스로 놓아버렸다. 박수받고 떠날 기회마저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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