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낙동강]② 무차별 번식 불과 5년 사이 생태공원마저 접수
양미역취 외 생태 교란 14종 중 11종 서식 확인…지금 이 순간도 번식
거침없는 세력 확장에 강변·습지 물억새·갈대 점차 자취 감춰
환경단체 "4대강 사업이 교란종 서식환경 만들어 준 것도 원인 중 하나"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낙동강 하구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생태공원이 생태교란종으로 뒤덮였다.
환경부가 지정한 총 14종 생태교란종 식물 중 총 11종이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된다.
특히 최근 급속도로 퍼진 양미역취는 대저 생태공원 전체 식물 중 30%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생태공원을 점령하다시피 했다고 환경단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국내에 있는 2천160종 외래생물 중 국내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해우려종 127종이 지정돼 있다.
이 중 이미 국내에서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심각한 종을 생태교란종으로 분류하는데 1998년 2월 황소개구리를 시작으로 총 21종(동물 7종·식물 14종)이 지정돼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생태교란종 정의는 이렇다.
외래생물이나 고유생물 중(유전자 변형 생물 포함)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이다.
포유류는 뉴트리아, 양서류와 파충류는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속 전종, 어류는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곤충류는 꽃매미와 붉은불개미다.
식물은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풀 등이다.
이 중 전국적으로 드문 서양등골나물과 2016년 새롭게 지정된 갯줄풀, 영국갯끈풀만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되지 않는다.
비교적 심각성과 실태가 많이 알려진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등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식물은 정부와 지자체 관심에서 벗어난 사이 급속도로 퍼졌다.
심각성을 인지한 부산 낙동강관리본부가 지난해 대저·화명·맥도·삼락 생태공원 내 생태계 교란 식물 분포 실태를 조사했다.
대저 생태공원은 전체 266만㎡ 중 23만7천598㎡에 생태계 교란 식물이 분포했다. 축구장 38개 크기다.
이 중 17만3천664㎡에서 양미역취가 발견됐다.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군락지 중심으로 조사가 됐기 때문에 정확한 분포 면적은 이보다 더 넓을 수 있다.
이 밖에 맥도 생태공원에는 22만2천㎡, 삼락 생태공원 10만5천㎡, 화명생태공원 2만2천㎡에 생태계 교란 식물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태계 교란 식물이 낙동강 하구를 점령한 사이 강변과 습지 주변 물억새와 갈대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처럼 양미역취를 비롯한 생태교란종이 낙동강 하구를 점령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물종 분포정보를 기록하거나 검색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모니터링 시스템인 '네이처링'(Naturing)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파악해 보면 주로 영산강 등 전남 지방에 서식하던 양미역취는 최근 5년 사이 낙동강 하구 인근에서 급속도로 번식하기 시작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식물 특성상 유입·확산 경로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추정될 뿐이지만 한 곳에서 급속한 번식은 해당 지역이 생태교란종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뜻한다.
특히 식물 종자가 바람과 강물을 따라 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하천 하류는 생태교란종들이 정착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또 낙동강 하구는 공항과 항만 등과 인접해 있어 외래종이 유입되기 좋은 지리적 특성도 가지고 있어 더욱더 집중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다.
박정수 국립생태원 식물생태학 박사는 "하천 하구는 영양분이 많이 형성돼 있어 생태교란종이 유입되기에 좋지만 서식하기에도 좋은 환경을 가진다"며 "낙동강 하구는 한강이 있는 수도권에 비교해 생태교란종에 대한 관심도가 덜해 아직 심각성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하구 생태교란종 식물 분포가 4대강 정비사업과 연관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하천 옆 육상에서 주로 자라는 생태교란종은 4대강 정비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생태공원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성근 부산 그린 트러스트 사무처장은 "4대강 정비사업 때 강가 주변 농경지에 인위적인 공원이 조성되면서 번식력이 좋은 외래식물들이 들어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줬다"며 "강과 바다가 만나고 에너지의 종착점이 낙동강 하구는 생물 다양성이 가장 보호돼야 할 곳인데 무분별한 생태교란종 확산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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