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 해줄게" 장애인 연금 빼돌린 그룹홈 시설장 구속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장애인을 돕고자 정부 지원을 받아 만든 장애인공동생활가정(그룹홈) 시설장이 무연고 장애인 돈을 빼돌리다가 덜미를 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횡령 등의 혐의로 그룹홈 시설장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에 있는 무연고 장애인 3명을 상대로 "돈을 관리해 주겠다"며 장애인 연금 수급 카드를 건네받은 뒤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현금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1억8천7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A씨가 장애인 명의로 분양받은 특별공급 아파트를 전매해 이득을 취하거나, 장애인 명의 아파트를 임대해 몰래 수익을 챙긴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하고 있다.
빼돌린 돈은 A씨가 미용 목적으로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가족을 그룹홈 활동 지원사로 이름을 올린 뒤, 실제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활동 보조금을 챙겼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A씨 혐의는 부산시가 올 초 지역 장애인 거주시설 75개의 인권실태를 파악하던 중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현재 해당 그룹홈은 폐쇄됐고, 거주 장애인들은 다른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경찰은 "A씨가 있는 시설을 비롯해 다른 시설을 상대로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룹홈은 장애인을 보호하고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소규모 공동 거주시설을 말한다.
장애인 4명당 사회복지사 1명이 배치돼 아파트나 주택 등에서 함께 생활하며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돌봐준다.
낮에는 소속 장애인들이 보호센터에 나가 기술을 배우거나 취업을 해 돈을 벌기도 한다.
무연고 장애인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장애인도 가족 양육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입소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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