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공사,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수십억 지원 논란
동구 호두메마을 재분양 과정서 입주유예금·리모델링 비용 등 40억대 지원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광주도시공사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호두메마을 분양을 위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인다.
미분양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광주도시공사는 27일 도시재생 시범사업으로 동구 산수동에 건립한 호두메마을 일반 분양(71가구) 신청 마감 결과 모두 712명이 접수해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2가구인 59㎡(25평형)은 229명이 몰려 19대 1을, 59가구를 분양하는 84㎡(34평형)에 492명이 신청해 8.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3년 전 미분양 속출로 임대(전세)로 돌렸던 이 아파트의 높은 경쟁률 이면에는 구미를 당기는 엄청난 우대조건이 붙어 있었다.
분양가 일부 5년 납부유예, 리모델링 비용 지원 등 파격적 지원에 100가구도 채 안 된 소규모 분양에 전문 대행사까지 투입했다.
이 아파트는 2015년 5월 첫 분양에서 95가구 중 13가구만 팔렸다.
나머지는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10월 3년 임대 조건으로 겨우 빈집을 면했다.
광주도시공사는 3년전 '미분양'의 홍역을 앓은 만큼 이번에는 수십억 원을 퍼붓더라도 100% 분양달성에 모든 것을 걸었다.
모든 입주 가구에 실내를 꾸밀 수 있는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84㎡형에는 1천만원, 59㎡형에 730만원을 준다.
이 비용만 해도 6억8천여만원에 이른다.
더구나 모든 가구는 분양가의 40%만 내면 입주와 함께 등기이전까지 받는다.
나머지 60%는 5년간 무이자로 납부유예의 혜택을 준다.
2억1천만원대∼2억8천만원대인 분양가를 고려하면 8천300만원∼1억1천여만원만 내면 주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입주유예금만 117억여원에 달해 5년간 5%의 이율을 계산하면 이자만 29억여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5억900만원을 주고 분양 대행 용역사에게 분양 업무를 맡겼다.
분양 업무를 도시공사 직원이 맡는 수고로움도 덜고 분양 달성도 한결 쉬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 굳이 수억원을 들여 대행사까지 쓸 필요가 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도시공사가 70여가구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사실상 40억원을 버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아파트는 고층·고밀 일색의 건설방식을 탈피, 필로티형 저층(5층) 구조로 입주민 간 커뮤니티 활성화에 초점을 뒀다고는 하지만 고층과 사생활 보호 등을 중요시하는 시대 흐름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재개발하면서 저층을 고수해 상대적으로 평당 건축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 자체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분석도 나왔다.
광주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기업인 도시공사가 미분양을 우려해 40억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며 "건설 초기부터 전략 자체가 엉터리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산 낭비 사례다"고 꼬집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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