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총선, 화란어권 反난민 극우정당·불어권 녹색당 '돌풍'

입력 2019-05-27 05:31
벨기에 총선, 화란어권 反난민 극우정당·불어권 녹색당 '돌풍'

'새플레미시연대' 1당 유지…연립정부 구성 협상 난항 겪을듯

극우 '플레미시이익당' 제2당 도약…불어권 녹색당, 의석수 2배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26일 실시된 벨기에 총선 개표 결과 네덜란드어권인 북부 플레미시 지역에선 극우 성향의 '플레미시이익당'(VB)이, 프랑스어권인 남부 왈로니아 지역에선 '녹색당'이 각각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현지시간) 전체 6천724개 선거구 가운데 5천344개(80%)에서 개표가 마감된 가운데 우파 성향으로 플레미시 지역의 분리를 주장하는 '새플레미시연대'(N-VA)는 전체 하원 의석 150석 가운데 25석을 차지했다고 일간지 '드모르겐'(De Morgen)을 비롯한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하지만 N-VA는 반(反)난민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인 VB의 공세에 밀려 종전보다 8석을 잃게 되는 등 고전했으며 제1당 자리는 유지했다.

지난 2014년 총선 이후 N-VA는 연립정부에 참여했으나 플레미시 지역에서 반난민을 내세우는 VB가 지지기반을 넓히자 샤를 미셸 총리가 유엔이주협약(유엔 이주 글로벌콤팩트)에 서명한 것을 이유로 연정을 탈퇴하는 등 VB를 견제해왔다.

반면에 VB는 이번 선거에서 종전보다 의석수를 15석 늘린 18석을 확보하며 왈로니아 지역에 기반을 둔 좌파 성향의 사회당(PS)과 나란히 제2당으로 올라섰다.

PS는 현재보다 5석이 줄어든 18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연립여당의 중심축이었던 라이벌 정당인 자유당(MR)보다 3석 더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셸 총리가 이끄는 MR은 15석(-5석)을 얻는 데 그쳤다.

또 왈로니아 지역의 녹색당(Ecolo)은 13석을 얻어 종전보다 7석을 늘리며 왈로니아지역 제3당, 벨기에 전체에선 제5당으로 도약했다.

지난 2014년 선거 때 18석을 차지해 플레미시 지역 제2당에 올랐던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V)도 13석에 그치며 플레미시 지역 제3당, 벨기에 전체로는 공동 제5당으로 밀려났다.

플레미시 지역에 기반을 둔 자유당(Open VLD)은 11석을 얻어 종전보다 3석을 잃었고, 노동당(PTB*PVDA)도 11석을 얻어 종전보다 9석을 늘리며 약진했다.

플레미시 지역의 사회당(SP.A)은 종전보다 4석을 잃어 9석으로 당세가 약화했고, 플레미시 지역의 녹색당(Groen)이 8석(+2), 왈로니아의 기독민주당(CDH)은 7석(-2)을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의석수가 비슷한 정당들이 난립하게 됨에 따라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벨기에에서는 언어권별로 의석이 배분되는 구조에 따라 적게는 4~5개, 많게는 6~7개의 정당이 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어 총선 후 매번 정부 출범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지난 2010년 총선에서는 N-VA가 27석을 차지하며 1당이 됐지만, 벨기에의 분열을 우려한 다른 주요 정당들이 연정 참여를 거부함에 따라 18개월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해 무정부 상태가 이어졌다.

총 150석인 벨기에 연방하원은 플레미시 5개 선거구, 왈로니아 5개 선거구에 '이중언어' 지역인 브뤼셀·알레·빌보르데(BHV)를 묶은 1개 선거구 등 모두 11개 선거구로 나눠 선거를 한다.

전국 정당을 갖지 못하는 벨기에에서는 플레미시 지역에서는 플레미시 정당에, 왈로니아 지역에서는 왈로니아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BHV에서만 두 언어권 정당 가운데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당에 표를 던질 수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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