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정상 '교통체증' 최악"…사망자 두자릿수

입력 2019-05-26 23:55
"에베레스트 정상 '교통체증' 최악"…사망자 두자릿수

NYT "정상 부근 병목현상 심화…올해 10명 사망"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높이 8천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 정상 부근의 '병목 현상' 탓에 등반객 사망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영국인 로빈 피셔(44)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지 45분 만에 숨졌다.

피셔는 이날 오전 정상에 올랐지만, 150m가량 하산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전날에도 아일랜드인 등반가가 정상을 밟지 못하고 되돌아오다 숨졌다.

기후가 따뜻한 매년 3~5월은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에 몰리는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는 날씨가 좋지 않아 등반이 가능한 날짜가 한정됐고, 한꺼번에 더 많은 등산객이 몰렸다.

그러다 보니 정상 부근의 가파른 능선에서 등반가들이 장시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른바 '데스 존'(death zone)으로 불리는 병목 구간이다. 산소가 부족한 정상 부근에서만 길게는 수 시간 대기하다 보니 탈진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최근 네팔 산악인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줄지어 대기하는 장면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로 했다.

올해 '병목 현상'으로 인한 등반객 사망자만 벌써 10명으로 늘어났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 22일 정상을 밟았다는 한 셰르파는 NYT에 "에베레스트를 많이 올랐지만 이번 봄철 교통체증은 최악"이라며 "등반가들은 강풍이나 추위가 아니라 교통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의 전체 등반객 사망자는 올해 17명으로 늘었다. 눈사태를 비롯한 자연재해 요인을 배제한 수치로, 수십 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NYT는 전했다.

네팔 정부가 너무 많은 등반객에게 에베레스트 정상등반을 허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봄철 정상등반이 허용된 등산객은 381명으로, 지난해의 346명보다 크게 늘었다. 등반객은 통상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는 셰르파를 동반한다. 따라서 날씨 조건이 최적화하는 며칠 사이에 최소 750명가량이 좁은 외길에 몰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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