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보다 강렬한 BTS'…상파울루 공연 5만 팬과 감동의 무대
남미 각국서 팬클럽 집결…"지금은 BTS의 시간" 열광
브라질 언론, 韓 문화정책·관광산업 등 경제적 효과에 큰 관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이 러브 상파울루", "아이 러브 BTS"
늦가을 밤공기가 제법 차가운 25일 밤(현지시간)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 시내 알리안스 파르키 스타디움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 스타디움은 상파울루를 프랜차이즈로 하는 명문 프로축구클럽 파우메이라스가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곳이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방탄소년단(BTS)과 팬클럽 아미(ARMY)였다.
미국에 이어 상파울루로 이어진 방탄소년단의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오후 7시 화려한 조명과 불꽃, 강렬한 비트 속에 방탄소년단이 무대에 등장하자 팬들은 공연장이 터져나갈 듯한 큰 함성으로 이들을 맞이했다.
공연장을 메운 5만여 명의 팬들은 이날만큼은 삼바 리듬을 잊은 듯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손짓과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약속이나 한 듯 박자를 맞춰가며 '한국어 떼창'에 감정을 실었다.
방탄소년단은 멤버 7명이 모두 등장해 무대를 꽉 채우는가 하면 영상미를 강조한 솔로 또는 유닛 무대를 적절히 섞어가며 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의 수록곡 '디오니소스'(Dionysus)로 첫 무대를 꾸몄고 '낫 투데이'(Not Today)를 부르며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어 '아이돌'(IDOL), '페이크 러브'(FAKE LOVE),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 등 히트곡들과 함께 솔로 또는 유닛 무대를 펼쳐 팬심을 저격했다.
이와 함께 새 앨범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ove)와 수록곡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 '소우주'(Mikrokosmos) 등 20여곡을 선보였다.
150분간 계속된 공연 내내 팬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자유분방하게 무대 위를 뛰는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함께 열정을 나눴고, 잠시 침묵이 흐르던 막간에는 거대한 파도타기로 열정을 표시했다.
공연 말미에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은 "2017년 이후 2년 만에 상파울루를 찾았지만, 팬들은 변하지 않았고 그래서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팬들이 열정적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고 더 큰 힘을 얻어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총 6회의 미국 공연에서 32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타디움 투어를 마무리했다. 26일 상파울루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 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와 시즈오카로 스타디움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알리안스 파르키 주변은 이미 방탄소년단 열기로 가득했다. 곳곳에서 5∼10명의 케이팝 팬들이 그룹을 이뤄 '미니 플래시몹'을 선보이는가 하면 제법 유창한 한국어로 방탄소년단의 히트곡을 불렀다.
지난 2월부터 텐트 생활을 하며 방탄소년단을 기다렸다는 브라질 케이팝 팬이 있는가 하면 콜롬비아·볼리비아·페루·칠레·파라과이 등 남미 인접국에서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와 노숙 생활을 하는 팬들도 여러 명 눈에 띄었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 다른 남미 국가는 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이날 공연장에 모인 10대들에게는 한국어가 공용어였다.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는 10대들은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미소를 지었고, 한국 취재진에게 지난달 한국에 다녀온 딸이 배운 한국어를 들어달라며 부탁하는 여성도 있었다.
브라질 주요 언론은 방탄소년단 공연을 계기로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인기 아이돌 그룹을 배출하는 과정, 정부의 정책적 지원, 관광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 등을 자세히 분석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 매체는 2001년 한국을 방문한 브라질 국민이 4천700명이었으나 월드스타 싸이가 북동부 사우바도르 카니발 축제에 참여한 2013년에 1만5천 명을 훌쩍 넘어섰고, 2014년부터 방탄소년단이 바통을 넘겨받은 후 2017년에 2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었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를 '케이팝의 나라' 한국에 대한 동경이 낳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