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NSC 비서장과 존 볼턴 NSC 보좌관 국교단절후 첫 회동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1979년 대만과 미국이 외교 관계 단절 후 양국의 국가안보 수장인 리다웨이(李大維)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처음으로 회동했다.
26일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전날 대만외교부는 지난 13~21일 미국을 방문한 리다웨이 NSC 비서장과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이 처음 만났다고 공개했다.
1996년 3월 대만해협 위기 해결을 위해 당시 딩마오스(丁懋時) 대만 NSC 비서장과 사무엘 버거 백악관 NSC 부보좌관이 뉴욕에서 만난 이후 반년에 1번씩 만나는 국가안전 고위급 회담이 정례화돼 지금까지 이어졌다.
대만 측은 NSC 비서장, 미국 측은 백악관 NSC 부보좌관이 계속 회담에 참석해왔으나 이번에는 미국 측 참석자가 NSC 부보좌관에서 보좌관으로 직급이 상향됐다고 전했다.
연합보는 리 비서장이 이번 미국 방문 중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 연구소, 조지타운대학교 등 미국 학계 및 정부 관료와 만나 대만과 미국의 공동 안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자유시보는 한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방문에서 리 비서장이 미국 관료, 남태평양 지역의 대만 수교국인 팔라우, 마셜군도의 관료가 참석한 3자 회동을 처음으로 가졌다고 전했다.
이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오는 7월 카리브해 우방 순방기간에 미국 동부 도시를 경유할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최근 대만과 미국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미국의 경유 도시나 행사 등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만외교부는 '북미사무협조위원회'(CCNAA)가 '대만미국사무위원회'(TCUSA)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이 미국과의 충분한 조정과 소통을 거쳐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명칭을 처음으로 대만의 대(對)미 사무 기구 명칭에 포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은 1979년 대만관계법에 의해 미국재대만협회(AIT)를 설립해 대(對)대만 업무를 수행하는 대표적 기구로 삼았으며, 대만은 같은 해 AIT와 대등한 CCNAA를 설립했다.
이와 관련해 린원청(林文程) 중산대 교수는 과거 CCNAA의 명칭은 미중 국교 수립 시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명칭으로, 당시 미국은 미국과 대만 간에 직접적인 정부의 왕래는 없다는 것을 중국에 강조하고 싶어 이같이 명명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명칭 변경은 미국이 더욱 강하게 대만을 지지하며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황제정(黃介正) 담강대 부교수는 과거 미국은 미국과 대만의 국가안전 고위급 회담 사실을 비밀로 하길 원했지만 이번에 대만 정부가 주동적으로 소식을 알린 것은 대만과 미국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한층 향상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쿠이보(黃奎博) 정치대 국제사무학원 부원장은 정부에서 리 비서장과 볼턴이 만난 소식을 알린 것은 차이 총통을 위한 선거 포석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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