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정정용호 숙제 '이강인의 짐 나누기'
(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이강인(18·발렌시아)의 잠재력과 한국 축구의 숙제를 동시에 확인한 한 판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폴란드 남부 도시 비엘스코-비아와의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0-1로 졌다.
'선수비 후역습'을 준비해 온 대표팀은 경기 초반 의외로 경기가 잘 풀리는 듯하자 공격적으로 덤볐다. 그러더니 전반 7분 만에 상대 역습 상황에서 트린캉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는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포르투갈이 후반 들어 다소 힘을 뺀 감이 없지 않지만 더는 실점하지 않았고, 한국 대표팀이 준비했던 플레이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수확도 있었다.
이날 경기는 소속팀에서는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강인의 플레이도 모처럼 제대로 지켜볼 기회였다.
이강인은 3-5-2 포메이션에서 조영욱(서울)-전세진(수원) 투톱을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중앙과 오른쪽 측면을 누비며 풀타임을 뛰었다.
패스와 공을 간수하는 능력, 시야, 킥 등 그의 재능은 한국 축구의 미래로 기대를 받을 만했다.
이날 한국의 9개 슈팅 중 후반 11분에 가서야 기록된 유일한 유효 슈팅도 이강인의 왼발에서 나왔다.
하지만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 포르투갈을 상대하기가 이강인에게도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공격 전개 때 이강인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것처럼 패스가 몰리다 보니 단조로운 패턴은 상대에게 금세 읽혔다. 포르투갈 미드필더 제드송(벤피카)은 이강인을 전담 마크하다시피 했다.
연계 플레이도 매끄럽지 못해 패스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이강인이 무리하게 공을 끌다가 위험한 순간을 맞을 뻔하기도 했다.
게다가 선수비 후역습의 기본 전술에서 이강인에게 수비 부담까지 똑같이 지워졌다.
이강인은 경기 후 "우리 전술이 수비 이후 역습으로 나가는 것이다 보니 수비도 잘 하려고 노력했다. 저는 감독님이 서라는 곳에 서고, 하라고 하는 플레이를 할 뿐 다른 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이강인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았다. '원 팀'이 돼야지 '원맨 팀'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정용 감독도 포르투갈전이 끝나고 이강인의 짐을 나누지 못한 점을 시인했다.
정 감독은 "이강인에게 수비 부담이 있었다"면서 "전술적으로 그러다 보니 공격적으로, 수비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2차전에서는 그 부분을 고려하고 전술적으로 변화를 주면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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