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미사일 의미축소하며 볼턴에 경고장…미일공조도 균열?
'실험중단 치적' 훼손될라 신속반응…'엇박자' 볼턴 입지 위축되나
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대북 강경노선' 아베와도 입장차 노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최근 두차례 발사를 유엔제재 위반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며 강경발언을 쏟아낸지 하루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면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26일 트윗에서 볼턴 보좌관이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북한의 발사체를 '작은 무기들'로 표현하며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김 위원장이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전날 발언과 명확히 선을 긋고 북한의 발사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표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24일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북미대화는 재개될 수 없으며 핵 문제 해결 전망도 그만큼 요원해질 것'이라며 대미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인 상황에서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번에는 북한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셈이어서 3대 외교 난제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 균열 내지 엇박자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해온 볼턴 보좌관으로선 타격을 입게 되면서 영향력 내지 입지도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대북 유화 메시지는 볼턴 보좌관뿐 아니라 27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 간 대북공조 전선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방일 후 아베 신조 총리와의 첫 일정인 골프 라운드 직전인 오전 7시30분께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 이른 아침 외국 땅에서 자신의 국가안보보좌관을 반박했다"며 "이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의심의 여지 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말한 볼턴 보좌관에 대한 직접적 질책"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볼턴 보좌관의 거친 대화를 원점으로 돌리는 한편 그를 약화하려는 취지"라고 전했다.
미·일 정상회담 준비 등을 위해 먼저 입국한 볼턴 보좌관은 전날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1968년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인 푸에블로호 송환 문제까지 불쑥 끄집어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온전한 유지 방안을 논의할 것이며, '북한이 핵무기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다는 걸 보여줄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고 집행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동안 북한 발언을 하지 않다가 '재등판'한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자극적 맞대응을 피하며 판을 깨지 않으려고 상황관리를 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로키 대응'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발사체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적시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이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을 조기에 막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을 향한 신뢰를 표함으로써 추가도발 등 북한의 궤도이탈을 막고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이후 두 번째 발사가 있었던 지난 9일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지만, 하루 만인 지난 10일 "신뢰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거리 미사일들이었고 심지어 일부는 미사일이 아니었다"며 파장의 축소를 시도했다. 이날 트윗도 10일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전날 국무부도 북한의 '새로운 셈법' 요구에 '동시적·병행적'이라는 표현을 '하노이 노딜' 이후 처음 언급하며 유연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무엇보다 볼턴 보좌관의 '탄도미사일 규정'은 '핵·미사일 실험중단'을 대표적 외교 치적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속한 반응'도 이와 관련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2차 발사 당시에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하고 '탄도'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지난 19일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실험이 없었다"면서 아예 북한의 두차례 발사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일로 북한 등 주요 외교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간 파열음이 다시 한번 노출됐다. WP는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주간 여러 이슈에 대해 불협화음을 보였고, 최근에는 마찰이 공공연하게 노출되는 수준이 됐다"고 보도했다.
대외정책에서 외교·안보 '투톱'인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간 불화설이 최근 들어 다시 표면화된 가운데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 볼턴 보좌관이 자신을 약화하고 전체 협상 과정을 거의 교착상태에 빠뜨렸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볼턴 보좌관이 '12만 병력 중동 파견 계획'을 비롯, 이란 및 베네수엘라 문제 대응을 놓고 초강경 노선을 밀어붙여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온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이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경 발언'으로 자락을 깔아놓은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엎어버린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일본 측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미일 간 입장차가 분명히 드러남에 따라 대북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아베 총리와의 만남 자체를 복잡하게 꼬이게 할 수 있어 보인다"며 "아베 총리 등 일본은 오랫동안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CNN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대단치 않은 것으로 의미를 축소하면서 아베 총리와 간극을 노출했다"며 "이는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중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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