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에 전범과 합사된 아버지 빼달라" 유족소송 28일 결론
'야스쿠니 합사철회' 2차 집단소송 1심 판결…소송제기 후 5년 7개월 만에 결론
제국주의 상징 야스쿠니신사 무단 합사 조선인 2만명 이상…1차 소송은 모두 패소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징병됐다가 숨진후 A급 전범들과 함께 제국주의 일본의 상징인 일본 도쿄(東京)의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合祀)된 조선인들은 2만1천181명으로 추정된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 끌려왔다가 억울하게 죽은 것도 서러운데 죽어서는 전범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이런 억울한 영혼들을 합사자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구하며 한국 유족들이 일본 법원에 제기한 집단소송의 결론이 소송제기 5년 7개월 만에 나온다.
일본 시민들이 만든 단체 '노(no) 합사'와 한국의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오는 28일 오후 3시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의 유족들이 일본 정부와 신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합사 철회 소송의 선고 공판을 연다.
소송은 합사자 유족 27명이 한국과 일본 시민 및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13년 10월 22일 제기한 2차 소송이다.
지난 2007년 제기한 1차 소송에서는 원고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후 더 많은 유족이 모여 2차 소송을 제기했다.
1차 소송에서 재판부(2심)는 합사를 신사의 '종교적 행위'로 표현하며 유족들에게 오히려 '관용'을 강요하는 억지를 부렸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신사의 종교적 행위로 감정이 상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지만, 타인의 종교 자유에 대해 관용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246만6천여명이 합사돼 있다. 실제로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사자 명부만 있다.
신사에는 태평양전쟁뿐 아니라 청일전쟁·러일전쟁 등 다양한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도 합사돼 있다. 조선 의병을 토벌하다 숨진 일본 군인들도 합사자 명부에 있는데, 한반도 출신 징병자들이 이들과 함께 합사된 셈이다.
야스쿠니신사는 종교 시설 이상으로 극우세력이 정치적 주장을 펼치는 제국주의 일본의 상징이기도 하다.
매년 일본의 패전기념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8월 15일에는 제국주의 일본군 군복과 전범기인 욱일기를 든 극우 인사들의 '해방구'가 된다.
2차 소송에서 합사자 유족들은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긴 했지만, 28일 나올 판결에서 일본 법원이 원고 측인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노합사'는 "원고들의 피해는 단지 역사 인식의 문제만은 아니다"며 "조선 침략의 직접적 가해자를 합사해 온 '침략 신사' 야스쿠니신사가 (피해자인 조선인 군인·군속을) 합사했다는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구체적인 사실에 기초해 (법정에서) 호소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이번 소송은 유족의 인격권을 지키는 싸움인 동시에 지금도 계속되는 식민지주의에 관해 묻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팀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노무자들의 강제동원뿐 아니라 야스쿠니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된 군인, 군속의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거 청산의 과제"라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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