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트럼프 국경장벽' 제동… "의회 승인 없이는 위헌"
'삼권 분립' 의회 예산권 침범으로 판단…총 82㎞ 구간 공사 차질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의회 승인 없이 확보한 예산을 이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국방부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 비용으로 전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 헌법상 한계를 넘은 것이라며, 건설 작업을 일시 중단하라고 판결했다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판결로 멕시코와 인접한 미 뉴멕시코주와 애리조나주에 있는 총 82㎞ 길이의 장벽 건설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헤이우드 길리엄 판사는 연방정부 지출에 대해 의회가 '절대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 체계의 중요한 특성이며, 의회의 통제로 인해 '행정부의 중요한 계획'이 좌절되더라도 이는 헌법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국경장벽을 위해 예산을 유용하는 것은 삼권 분립에 따른 의회 예산권 침범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앞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의 시민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부와 재무부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CLU 측 변호인은 이날 판결에 대해 "견제와 균형을 갖춘 우리의 (헌법) 체계와 법치, 그리고 국경 지대 지역 사회가 승리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길리엄 판사는 행정부가 수억 달러의 재무부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에 유용하는 것을 막아 달라며 캘리포니아주와 다른 19개 주가 낸 별도의 소송은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민주당과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싸고 35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정지)까지 펼치며 맞서다가, 지난 2월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기존 예산을 전용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 66억 달러(약 7조 8천400억원)의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군사시설 건설 사업비 35억 달러, 국방부의 마약 차단 예산 25억 달러, 재무부의 연방 자산몰수 기금 6억 달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 3월 육군 인사 예산 10억 달러, 이달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업 일부 예산 15억 달러 등 총 25억 달러의 장벽건설비 전용 방침을 밝혔다.
미 육군 공병단은 최근 텍사스주의 건설사 SLSCO, 몬태나주의 건설사 버나드 컨스트럭션 등과 텍사스주 엘패소 구간 및 애리조나주 유마 구간에 도합 91㎞의 장벽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국방부가 전용한 예산을 처음으로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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