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인기 고공행진…웹툰·드라마·뮤지컬로 재탄생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발레가 고급스러운 서양무용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 없겠다.
최근 대중매체에서 다채롭게 변주되며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높은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도 늘고 있다.
◇ 발레, 대중문화와 만나다
KBS는 발레리나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극 '단, 하나의 사랑'을 지난 22일 방송하기 시작했다. 국내 첫 발레 드라마인 이 작품에는 서울발레시어터가 자문으로 참여하고 무용수들도 출연한다.
KBS는 2017년에도 예능 '백조클럽'을 선보였다. 국립발레단 출신 배우 왕지원, 방송인 서정희, 걸그룹 우주소녀 멤버 성소 등이 출연해 발레의 매력을 알렸다. 당시 국립발레단이 자문을 맡았다.
서울발레시어터 최진수(45) 단장은 연합뉴스에 "우리나라 발레 교육이 예전에는 대학 입시 위주였다면 이제 생활 속에서 즐기는 문화로 확장하는 단계인 것 같다. 대중매체에서 언급이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발레가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지만 속근육부터 발가락 끝까지 힘쓰는 전신 운동이다. 일단 경험하면 그런 상반된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과 뮤지컬에서도 발레는 인기 소재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웹툰 '나빌레라'가 인기리에 연재됐다. 치매에 걸린 칠순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고, 부상에 시달리는 스물세살 발레리노와 우정을 쌓으며 삶을 배운다는 이야기다. 연재 기간 내내 독자 평점 1위를 지켰다.
서울예술단은 최근 '나빌레라'를 창작가무극(뮤지컬)으로 재탄생시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렸다. 영화 '범죄도시', '극한직업' 등에서 활약한 배우 진선규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호평받았다.
'나빌레라' 속 문원국발레단 실제 모델은 마린스키 왕자 김기민의 스승인 이원국발레단 이원국 단장. 그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 독자와 관객들이 발레를 소중하게 여기게 해줘서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제가 작품에 나오는 인물로 묘사됐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 발레 단체들, 티켓가격 낮추고 교육은 늘리고
대중매체 노출 외에도 발레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은 많다.
관건은 티켓 가격.
여섯 민간단체가 모인 '발레STP(Sharing Talent Program)협동조합'은 2012년 매년 합동공연을 열면서 2만∼3만원이면 모던발레부터 클래식발레까지 감상하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2015년부터 경기도 수원 일원에서 열리는 수원발레축제는 수원시 지원을 받아 아예 무료로 진행한다. 무대와 객석 구분 없이 야외 잔디밭에서 펼치는 발레 향연은 수원의 명물이 됐다. '발레는 부유층만 향유하는 예술'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시도다.
교육 사업도 활발하다. 강수진 단장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은 1993년부터 부설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과 성인으로 나눠 기초, 초급, 중급, 고급반이 운영된다. 반별로 30명씩 3개월마다 신청받는데 늘 만석을 자랑한다. 최태지 단장이 이끄는 광주시립발레단은 고전 발레교실은 물론 발레와 피트니스를 결합한 발레 수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해왔다.
아울러 발레인들은 2011년부터 매년 여름 대한민국발레축제를 열어 저변 확대를 꾀한다. 국립발레단과 광주시립발레단을 주축으로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민간단체들과 젊은 무용인들이 합류한다. 올해 축제도 6월 18∼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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