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 존재감 키운 이총리, 하반기 정치행보 시동거나

입력 2019-05-26 06:15
'임기 2년' 존재감 키운 이총리, 하반기 정치행보 시동거나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 호평…사이다 발언·'깨알메모' 화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두각…"심부름하겠다" 총선역할 주목

'2년 5개월' 최장수 총리 기록 깰까…당 복귀 시점 관심 집중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오는 31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으로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여온 만큼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이 총리 역할론이 대두되면서다.

이 총리는 정부·여당의 일원으로서 요구가 있다면 합당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당청과의 의견 조율을 거쳐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이 총리의 당 복귀 시점은 이르면 올가을 정기국회 전후, 늦어도 연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책임총리' 내걸고 현장 강조…사이다 발언 호평

이 총리는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5월 31일 임기를 시작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21년간 재직한 뒤 2000년 16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19대 국회까지 내리 4선을 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에 당선돼 도정을 이끌다 총리로 발탁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이 총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온화하고 합리적으로 처신하신 분인 만큼 협치 행정·탕평인사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총리가 일상적 국정에 책임지는 것을 '책임총리'로 규정하고 지난 2년간 '일하는 내각'을 목표로 정책의 실행력과 현장을 강조해왔다.

장관이나 총리실 간부들이 현안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거나 행정편의주의적인 대책을 내놓으면 질책하면서 '실세총리', '군기반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외교에서도 해외 순방 때 문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를 내어줄 정도로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2년의 임기 동안 10차례 순방에서 외교 다변화에 나섰으며 '기업 세일즈'를 통해 성과 중심의 외교를 펼쳤다.

내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촌철살인으로 받아치는 이른바 '사이다 발언'과 강원 산불과 관련한 꼼꼼한 지시를 수첩에 적어넣은 '깨알 메모' 등이 화제 몰이를 하면서 대중의 호평을 받는 계기가 됐다.

다만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이 총리의 리더십은 많은 사안을 직접 챙기는 바람에 부처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일선 공무원들이 위축되는 '만기친람'(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형 리더십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 당청 공감대 하에 거취 결정할듯…연내 당 복귀 가능성도

언론인, 4선 국회의원, 도지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대국민 인지도는 대선주자급에 미치지 못했던 이 총리는 임기 2년을 거치며 최근 여론조사마다 여권 대선주자 지지도 선두권에 오르는 등 정치적 존재감을 키웠다.

이 총리는 본인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 "정부·여당의 일원으로서 합당한 일을 할 것"(5월 8일 순방 동행기자단 간담회),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5월 15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이라며 향후 거취를 더불어민주당,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결정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일단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를 위해 이 총리가 적당한 시점에 당으로 복귀해 선거에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인 역할과 관련해선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지원하거나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에 직접 출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국 단위 지원 유세를 통해 선거 전체에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고려한다면 직접 출마하는 대신 선대위원장 등의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직접 출마의 경우 야당 강세 지역 또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 등 이른바 '험지' 출마 시나리오가 있다. 지역에 출마하지 않고 상징성 있는 비례대표 순번을 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총선 일정을 고려한다면 이 총리의 당 복귀 시기는 이르면 올가을 정기국회 전후, 늦어도 연내에는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새 총리 후보자 지명 후 인준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데다 총선 국면에서 인사청문회로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면 총리 교체 시점이 내년 이후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분석에서다.

만약 이 총리가 10월 말 이후까지 재임한다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까지 직선제 이후 최장수 총리는 2년 5개월(2년 148일)간 재직한 김황식 전 총리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이 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서 당청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부·여당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지금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총선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가 있어야 이 총리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과 청와대가 전체적인 총선 전략을 그린 뒤에 이 총리의 역할이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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