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 지킴이" 금녀벽 허문 2명의 태안격비호 여성공무원

입력 2019-05-26 09:00
"나는 바다 지킴이" 금녀벽 허문 2명의 태안격비호 여성공무원

국내 최연소 1등 항해사 문우정 씨 "힘이 부칠 때도 있지만 즐겁게 일해"

기관사 서미란 씨 "기관고장 때 머리 맞대고 원인 해결하는 과정 재미있어"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태안 앞바다는 내가 지킨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서해를 지키는 2명의 열혈 여성 공무원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충남 태안군 어업지도선인 태안격비호 1등 항해사 문우정(23) 주무관과 태안격비호 메인 엔진을 책임지는 기관사인 서미란(31) 주무관이다.

태안격비호는 태안군이 지난해 66억원을 들여 건조한 105t급 어업지도선이다.

국내 최연소 1등 항해사인 문 주무관은 "태안이 고향이라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했고, 대학에 입학할 때도 자연스럽게 바다와 관련된 학과를 선택했다"며 "학교 실습선에서 봤던 아름다운 밤하늘과 눈부시게 멋진 일출, 일몰에 매료돼 항해사를 꿈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주무관 전공은 해양생산학이다.

1등 항해사는 적합한 항로를 선택해 선박을 운전하고 선장을 보조해 선박의 안전관리·정비·질서유지 등의 업무를 한다.

특히 태안격비호는 불법어업 지도단속과 해난사고 예방 및 구조지원 등의 업무를 주로 하는 만큼 일반적인 항해사 역할과 함께 단속업무도 병행한다.

문 주무관은 "태안격비호는 주로 연안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암초와 어구 등 각종 장애물에 부딪힐 위험이 있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한다"며 "불법어선 단속 시 선박을 옮겨 탈 때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진 적도 있고, 휴대전화가 바다에 빠진 적도 있다"고 힘들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힘이 부칠 때도 있지만 안전에 유의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미란 주무관은 태안격비호의 주기관인 메인 엔진을 비롯해 발전기, 각종 선내 전기 등 배의 보수와 점검을 책임진다.

서 주무관은 "기관파트는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하는 일이 많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관 고장 시 여러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 원인을 해결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직장에서 6만t급 자동차 운반선을 타고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세계 곳곳을 항해하며 얻었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태안격비호를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관리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태안격비호에서 근무하는 선원 9명은 연중 40∼50%를 바다에서 보내며 조업구역을 위반하거나 불법조업을 하는 선박을 단속하는 등 서해의 수산자원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서단 영해 기준점인 격렬비열도를 지키는 등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sw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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