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 접어든 칸 영화제…황금종려상 누구 품으로
봉준호 '기생충', 소식지 평점 최고점
(칸[프랑스]=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올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그 최고 영예격인 황금종려상은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는 총 21편이 초청됐다. 과거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들부터 칸 영화제 진출이 처음인 신예 감독 작품들까지 고르게 포진했다.
영화제가 폐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각 영화에 대한 평가들이 나뉜다.
공식 상영 직후 호평이 쏟아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단연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다. 이 영화는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의 문제를 지적한다.
영화가 공개되자 외신들은 "우리가 보던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다.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버라이어티), "덩굴손처럼 뻗어와 당신 속으로 깊숙이 박힌다"(가디언),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할리우드 리포터) 등의 평가를 남겼다.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도 평점 최고점을 달린다. 2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10개 매체가 참여한 이 소식지의 '기생충' 평점은 3.4점으로, 공개된 경쟁부문 17편 중 가장 높다. 다만 영화제 소식지나 평점은 수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도 주목받는다. 감독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로, 한 영화감독이 점점 나약해지는 자신의 육체와 신체적인 고통 속에서 어머니와의 기억, 어린 시절에 처음 느낀 욕망, 이루지 못한 사랑 등 과거를 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가디언지 유명 비평가 피터 브래드쇼는 이 영화에 대해 "기쁨에 대한 영화이며 이 영화는 그 자체로 기쁨이다. 재치있고 영리하며 감각적이다"고 평가하며 별 네개 반을 줬다. 버라이어티는 "거장의 영혼이 이처럼 온전히 노출되기는 처음이다"고 평했다.
'페인 앤 글로리'는 '기생충' 공개 전까지는 스크린 데일리 평점 선두였다.
프랑스 출신 셀린 시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도 유력 후보다. 이 영화는 '기생충' 공개 전 스크린 데일리 평점에서 '페인 앤 글로리'와 함께 공동 선두였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여성 화가가 다른 여성의 결혼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의 사랑과 욕망을 다룬다.
칸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발을 들썩이게 한 화제작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평가가 엇갈렸다.
가디언은 "타란티노가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운 오락을 창조해냈다"고 별 다섯개를 줬지만, BBC는 "기대를 충족하기엔 지나치게 늘어진다"며 별 세 개를 줬다. 이 영화는 공개 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 샤론 테이트가 미국의 연쇄살인마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왜곡할 수 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타란티노 감독이 이 이 끔찍한 사건을 특유의 폭력 묘사와 블랙 코미디로 다룰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한편, 기대를 모은 거장들 작품은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의 '영 아메드'는 스크린 데일리 평점 2.4점,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는 2.5점에 그쳤다.
'영 아메드'는 선생님을 죽이려고 한 극단주의자 무슬림 소년 이야기를 담았다. '쏘리 위 미스드 유'는 비정규직 택배 기사와 그의 가족을 통해 노동 현실을 비판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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