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반기 들었던 그리스 전 재무장관, 유럽의회 진출 타진
바루파키스 전 장관, 독일서 유럽의회 선거 출마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의 채무 위기가 절정에 치달았을 당시 국제채권단의 혹독한 추가 긴축 요구에 반발하며 사임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58)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 유럽연합(EU)의 개혁을 위해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했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23일(현지시간)부터 오는 26일까지 EU 회원국에서 순차적으로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정계 복귀를 타진한다.
그는 최근 유럽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국수주의와 인종차별 확산에 제동을 걸고, EU를 좀 더 공정한 곳으로 개혁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조직한 'DiEM25'라는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반체제 운동의 지도자 자격으로 유럽의회 의석을 노리고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로,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는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2015년 1월 그리스 재무장관을 맡아 국제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장관 재임 당시 국제채권단의 추가 긴축 요구에 반기를 들다가 그해 7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라는 배수진을 치며 추가 긴축에 저항하던 그리스는 결국 백기를 들고 3차 구제금융을 수용했다.
그는 특히 채무 위기 당시 가장 격렬하게 다투던 상대인 독일에서 유럽의회 의원직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고 있다.
바루파키스는 추가 긴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독일 등의 국가를 '테러리스트', '범죄자'라고 부르는 등 거침없는 언사로 국제채권단으로부터 '기피 대상 1호'로 꼽힌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 23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인들과 독일인들 사이에 갈등은 없다. 단지 이성적이고, 진보적인 인본주의적 정책과 권위주의 사이의 충돌이 있을 뿐"이라며, 자신이 이끄는 'DiEM25'의 범유럽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독일에서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로존 위기를 잘못 처리한 것이 유럽 자본주의에 거대한 상처를 남기며, 유럽의 분열과 해체를 일으키고 있다"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이런 현상의 극명한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EU를 좀 더 공정한 곳으로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유럽에 만연한 인종차별과 인간혐오 현상을 해결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로존 연간 경제생산의 5%를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그린 뉴딜' 정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되면 수개월 내로 자리를 동료에게 물려주고, 그리스 정계에 복귀할 준비를 할 것이라는 구상도 내비쳤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