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왕비, 궁궐 담장을 넘다

입력 2019-05-23 16:25
[신간] 왕비, 궁궐 담장을 넘다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어쿼드·철도의 세계사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왕비, 궁궐 담장을 넘다 = 김진섭 지음.

우리는 조선 왕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역대 왕비에 관한 기록 자체가 드물다. 왕비의 이름 또한 알 수 없다. 어느 성씨 누구누구의 딸이라는 정도만 전해진다. 정사(正史)조차 왕비에 주목하지 않은 이유는 조선 사회가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순탄하게 왕비 자리에 오른 인물은 물론 왕비 자리에 올랐다가 쫓겨난 왕비들, 그리고 세자빈 자리까지 올랐지만 요절하거나 배우자인 세자가 요절해 끝내 왕비 자리에 오르지 못한 채 훗날 왕비로 추존된 소혜왕후, 신정왕후 등 모두 44명의 삶을 소개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왕의 존재감이 높을수록 왕비의 존재감도 높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후의 왕릉 조성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책은 세상을 떠난 왕비의 능 조성 과정과 능의 위치를 알 수 있게 그림으로 능을 표현하며 이들 능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는 "조선의 왕비들은 그들이 살았던 시기의 정치적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존재감을 지닌 엄연한 정치인이었다"고 말한다.

지성사 펴냄. 624쪽. 3만원.



▲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 = 강수돌 지음.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수많은 피와 고통을 역사에 아로새겼다. 민주주의는 힘겹게 얻어낸 유산이며, 그 지난한 과정은 촛불혁명으로 꽃피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인 저자는 촛불혁명이 위대한 성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절차나 실체 민주주의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 그러면서 기존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생동성 민주주의'를 새롭게 제시한다.

사람과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있는 생동성 민주주의는 상품, 화폐, 자본의 가치 범주 안에서 작동하는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인간과 생명 가치 중심으로 바꿔 가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또한 촛불시민들과 민주 정부가 호흡을 맞춰가며 민주주의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완성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 긴 여정의 2차 촛불혁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파람북 펴냄. 244쪽. 1만4천원.



▲ 어쿼드(Awkward) = 타이 타시로 지음. 정준희 옮김.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사회규범을 지키지 못해 종종 당혹감을 갖기도 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에 필요한 기술과 예절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심리학자이자 대인관계 전문가인 저자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데 서툰 사람들의 특성과 그 기원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서툰 이들이 복잡한 세상을 어떤 식으로 보는지, 어떻게 하면 그런 특성에 좀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대처할지 알려준다. 또 서툰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성격적 특이함과 독특한 재능을 이해하고 끌어올려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지 통찰한다.

저자는 "서툰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라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열심히 익힐 필요가 있다"며 "상대의 감정을 피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도 숨기지 말고 적절히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당혹감을 많이 드러내는 사람과 허물없이 어울리기 좋아하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펴냄. 324쪽. 1만5천원.



▲ 철도의 세계사 =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철도는 19세기 초부터 세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삶의 터전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들이 철도가 놓이면서 단 며칠 만에 대륙을 횡단하게 됐다. 개인의 삶뿐만이 아니다. 철도는 농업 시대를 산업 시대로 탈바꿈시켰다.

이 책은 여러 철도의 기원과 유럽 주요 철도망의 발달, 영국의 철도 기술이 각국에 미친 영향, 인도·아프리카·중국에 건설된 대규모 철도망, 러시아와 미국 등에 놓인 장대한 횡단 철도, 철도와 전쟁, 철도가 바꾼 세상 등을 다각도로 다뤘다. 철도 열풍이라 할 정도로 세계 구석구석에 놓인 철도가 자동차와 비행기에 밀려 한때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고속열차 등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과정도 본다.

다시봄 펴냄. 540쪽. 2만5천원.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