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국민, 강한 지도자 원했다…'카리스마' 앞세워 2기 맞는 모디
여당, 총선 압승 확실시…경제 개혁·안보 이슈 내세워 민심 장악
높은 실업률·농촌 빈곤·종교 갈등 등은 집권 2기 풀어야 할 과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국민은 정치적 혼란보다는 경제와 안보를 책임질 강한 지도자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총선 개표에서 인도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압승이 확실시됨에 따라 나렌드라 모디(69) 인도 총리는 집권 2기를 열게 됐다.
신분제 질서가 엄격한 인도 사회에서 모디 총리는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카스트 신분제 하위 계층인 '간치'(상인) 출신으로 거리에서 차를 팔던 그가 구자라트주(州) 총리 등을 거쳐 2014년 연방정부 총리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역대 인도 총리 가운데 5번째로 연임에 나서게 됐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총리직을 연임한 인물은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1947∼1964)와 그의 딸인 인디라 간디(1966∼1977, 1980∼1984), BJP 출신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1996, 1998∼2004), 네루-간디 가문이 이끈 인도국민회의(INC)의 만모한 싱(2004∼2014) 등 4명뿐이었다.
어릴 때 힌두민족주의 단체인 민족봉사단(RSS)에 입단한 모디 총리는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유명했다.
그는 구자라트주 최장수 총리로 1인당 개인소득 증가, 수출 증대, 인프라 개선 등 경제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결실 뒤에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는 등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한 모디 총리의 결단력이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많다.
모디는 연방 총리가 된 후에도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상품서비스세(GST) 통합, 화폐 개혁 등 경제 분야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2월에는 안보 분야에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 지역에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인도 경찰관 40여명이 사망하자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전례 없는 '보복'에 나섰다.
같은 달 26일 파키스탄 지역에 '테러리스트 캠프'가 있다며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이후 농촌 문제 등 정부에 대한 불만은 잦아들었고 모디 총리는 48년 만에 파키스탄 공습을 단행한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떠올랐다.
주춤했던 지지율도 급등, 그는 결국 재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반면 현재 인도 야권은 모디 총리에 필적할 지도자가 없는 상태다.
연방의회 제1야당 INC의 라훌 간디 총재는 정치 명문가 출신이지만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밖에 웨스트벵골주, 우타르프라데시주, 델리주 등을 기반으로 한 야권 지도자들이 난립했다.
야권이 집권할 경우 총리 자리를 놓고 혼란이 빚어질 수 있는 분위기다.
이에 인도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정치권 분열 가능성을 우려한 나머지 경제 정책 능력과 추진력, 카리스마를 앞세운 모디 총리를 다시 선택한 셈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인도 국민들은 야권이 승리할 경우 정치권이 과거처럼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모디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힌두민족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인도의 종교, 계층 등을 분열시켰다는 지적도 받는다.
아울러 그는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도가 이슬람교도 2천명 이상을 학살할 때 주 총리로 재임하며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집권 2기를 맞는 모디 총리로서는 이 같은 힌두민족주의를 뛰어넘어 무슬림, 하층 카스트까지 아우르며 인도 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또 최근 모디 정부의 발목을 잡은 높은 실업률, 농촌 빈곤, 주춤한 경제성장률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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