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술냉전 시작했다"…중국, 핵심기술 자립 총력전

입력 2019-05-23 11:58
"미국이 기술냉전 시작했다"…중국, 핵심기술 자립 총력전

반도체·소프트웨어 업계 세제 혜택…기초교육 강화 주장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전쟁 양상을 띠면서 중국이 핵심기술 자립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기업들은 외국에 의존하던 기술이나 부품의 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정부는 세금 혜택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과학기술전쟁'이나 '기술냉전' 같은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3일 사설에서 "미국 정부가 선전포고도 없이 중국을 상대로 기술 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을 거래제한 리스트에 올리고 압박하지만, 이는 "중국이 첨단산업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핵심 분야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것을 촉진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텐센트(텅쉰)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화텅은 지난 21일 한 포럼에서 화웨이 등의 사건이 점점 심각해졌다면서 "상황이 '과학기술전쟁'으로 변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연구와 핵심기술에 계속 힘쓰지 않으면 디지털 경제는 모래 위에 올린 빌딩처럼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광시성을 시찰하면서 자체 지식재산권과 핵심기술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기술전쟁'의 최전선에는 5G 이동통신 기술의 리더인 화웨이가 있다.

중국에 대한 초강경파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화웨이를 미국과 유럽에서 몰아내는 것이 중국과 무역협상을 하는 것보다 "10배는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등의 독자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지 못하게 돼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업체는 독자 스마트폰 OS를 올가을에서 내년 봄 사이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보소비연맹의 샹리강은 중국의 OS는 주로 학술기관에서 개발했으나 연구개발이나 인재에 대한 투자 부족 때문에 시장에 자리 잡지 못했다면서 화웨이의 독자 OS 개발에 대해 "국내 OS 업계에 혁명일 것"이라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화웨이는 데이터 저장 능력이 뛰어나 반응 속도가 빠르고 효율이 높은 OS를 설계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 스마트폰의 많은 이용자가 OS를 테스트하고 의견을 주면 화웨이는 결함을 수정하면서 품질을 높여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업계 베테랑인 푸리강은 OS 분야에서는 소비자들이 이미 기존 업체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가 성공하기는 비교적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가 다른 중국 스마트폰 메이커와 앱 개발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화웨이는 지난 20일 본사가 있는 광둥성 선전의 지하철에서 5G 네트워크를 테스트하는 등 5G 상용화 준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번 테스트는 지하철에서 열차와 역 사이의 5G 통신 테스트로는 세계 최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더 많은 자국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는 대미 무역전쟁 상황에서 이 분야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재정부는 이들 업계의 기업이 올해 말 전에 이익을 내면 2년간 기업소득세를 면제하고 3∼5년째는 법정 세율 25%의 절반을 적용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미중의 패권 경쟁에서 장기적으로는 기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지난 21일 관영 CCTV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갈등의 근본 문제는 교육의 수준이라면서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 나라의 강성은 초등학교 교사의 강단에서 완성된다"는 말도 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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