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黃 민생투쟁 대장정…집토끼 챙겼지만 중도 껴안기 한계
18일간 장외투쟁 '시즌1' 종료…25일 서울 집회 후 일단 숨 고르기
대치정국 풀어낼 '정치력'·중도 포용할 정책대안 제시 과제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장외로 나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24일로 '시즌1'의 막을 내린다.
당 차원에서는 25일 서울에서 주말마다 열었던 장외집회의 피날레 격인 대규모 행사를 기획 중이지만, 황 대표 중심으로 전국을 순회하는 대장정은 이날로 일단락되는 셈이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부산에서 출정식을 연 뒤 17일간 영남과 충청, 제주, 호남, 인천, 경기, 강원 등을 차례로 찾았다.
'민생투쟁 대장정' 18일째인 이날은 경기도 성남과 평택, 수원에 이어 서울 지역을 훑으면서 새벽 인력시장, 미세먼지 측정소, 노량진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을 찾는다.
황 대표는 시장과 중소기업, 농가, 노인정 등 전국 곳곳의 민생 현장을 돌며 패스트트랙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고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장외투쟁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거짓말 정부', '독재자', '김정은 대변인' 등 현 정부를 향한 황 대표의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거치면서 무난한 말만 하던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에서 강력한 대여투쟁을 전개하며 작심 독설도 불사하는 '야당 정치인'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탄핵 이후 구심점을 잃었던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데 일정부분 성공한 점은 정치적 소득이다. 국무총리 출신이긴 하지만 여의도 정치 경험은 전무했던 황 대표로서는 당을 장악하는데도 성공한 모습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향한 강성 발언이 지지층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중도층의 지지 확장을 가로막는 한계도 노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불교 행사에서 합장을 하지 않아 종교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린 것도 대중 정치인으로서 경험과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낳았다.
앞으로의 과제는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국면을 거쳐 급격히 경색된 대치정국을 풀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점이다. 장외투쟁을 넘어 국회를 무대로 한국당의 입장과 요구조건을 관철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과정에서 여당의 사과와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라는 요구조건을 끌어내고 청와대를 상대로 '일 대 일' 영수회담을 성사시키는게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장외집회를 계속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주말만이라도 장외집회를 유지하면서 지지층 결집과 대정부 투쟁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6주째 계속되는 집회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숙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등 전통적 지지층이 어느 정도 회복된 만큼, 이제는 집토끼에서 벗어나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일단 황 대표는 25일 서울 장외집회를 마친 뒤 다음 주부터는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매일 밤 잠자리가 다를 정도로 빡빡하게 진행됐던 지방일정을 마무리한 뒤 그동안 미뤄뒀던 당내 현안도 챙길 예정이다.
당장 '5·18 망언'으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은 김순례·이종명 의원에 대한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이 의원의 제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어야 하고, '당원권 정지 3개월' 중인 김 의원의 최고위원직 유지 여부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미세먼지·최저임금 등 민생 현장에서 청취한 밑바닥 민심을 정책으로 소화하는 작업도 과제로 남았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4월 총선을 위해 인재영입과 당 조직 정비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 대표의 장외투쟁은 언제든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황 대표는 전날 강원도 고성 산불 이재민 보호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투쟁 대장정을 일단 마치게 된다. 그러나 일단이다"라며 "정부가 잘못된 폭정을 멈추고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고쳐 장외투쟁이 필요 없게 되길 바란다"며 향후 장외투쟁을 다시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부터 당장 지방을 도는 일정을 진행하지는 않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동, 환경 등 현안별 민생 현장을 찾아다닐 예정"이라며 "투쟁 모드가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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