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팔면서 로열티 부과' 퀄컴 관행 제동…5G 시장에 변화 올까

입력 2019-05-23 11:57
수정 2019-05-23 13:58
'칩 팔면서 로열티 부과' 퀄컴 관행 제동…5G 시장에 변화 올까

비즈니스 인사이더 "궁지 몰린 화웨이에 기회 될 수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퀄컴 영업이익의 대다수를 창출하던 사업 부문이 새로운 법률적 늪에 빠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사인 퀄컴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미 연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퀄컴은 통신칩 제조·판매 외에도 통신칩 관련 각종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팔아 벌어들인 로열티로 막대한 수익을 챙겨왔다.

법원은 퀄컴의 두 가지 사업 관행을 문제 삼았다. 하나는 무선기기에 쓰이는 퀄컴의 칩을 구매한 업체들에 특허권 이용 계약을 맺도록 요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통신칩 제조사에 특허권 사용을 불허해온 것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판결이 퀄컴에 "복부에 맞은 한 방(gut punch)"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이는 퀄컴에는 복부에 맞은 한 방이고, 스마트폰 업계 전반에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를 금지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연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퀄컴은 통신칩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오늘날 이용되는 거의 모든 무선기기에 쓰이는 기술의 상당수가 퀄컴이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통신칩을 팔면서 기술에 대한 로열티까지 물려온 퀄컴의 사업 모델은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최근 합의로 종결되긴 했지만 애플과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이 한데 뭉쳐 퀄컴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소송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단말기 제조업체의 임원들도 이번 미 연방무역위원회(FTC) 소송에서 퀄컴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당장 발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퀄컴은 판결에 대해 항소하는 한편 유예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번 판결이 궁지에 몰린 화웨이에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제 막 개막한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자 자리를 놓고 퀄컴과 화웨이가 치열하게 각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판결이 퀄컴의 사업 관행에 대해 변화를 요구한 만큼 라이벌에게는 경쟁의 여지가 확대될 수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5G 시장은 화웨이와 퀄컴이 가장 격렬한 경쟁자로 뛰게 될 경기장"이라고 보도했다.

애플과의 합의 직후 50% 이상 치솟았던 퀄컴의 주가는 최근 화웨이와의 거래가 금지되면서 10% 넘게 빠진 바 있다. 이날 퀄컴의 주가는 추가로 11%가량 하락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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