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동의 삶…"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행복감 낮아"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 하루 48분…OECD 최하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우리나라 아동들은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적절한 휴식과 놀이, 사회적 관계 형성 기회를 보장받지 못해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보이는 등 행복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3일 아동을 현재의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주체라고 선언하며 아동 삶을 개선하고자 아동 종합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국아동의 물질적 결핍(가정 내 인터넷 활용, 식사·의류, 독서공간 등)은 낮은 수준이지만, 사회 관계적 결핍(여가, 친구·가족과의 활동 등)은 높은 수준이었다.
또 OECD 35개국의 학업성취도 비교(PISA) 자료에 따르면 한국 15세 아동의 읽기·수학·과학 수준은 최상위지만, 청소년기(9∼17세)에 친구의 수가 2013년 7.8명에서 2018년 5.4명으로 감소하는 등 사회성과 창의성 발달에 중요한 사회관계 형성 기회는 축소되는 것으로 나왔다.
이런 연유로 2018년 한국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6.57점으로 5년 전(2013년) 조사 때의 6.10점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스페인(8.1점), 스웨덴(7.7점), 미국(7.5점), 영국(7.5점) 등 OECD 회원국(평균 7.6점)보다는 여전히 낮았다.
가족 및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놀 시간도 부족했다.
아동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48분에 불과했다. 이는 OECD 평균(2시간 30분)에 견줘 현저히 적고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과도한 학구열과 '학생이 놀면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아동의 자율적 놀이 활동이 과거보다 줄어들고, 놀이시간과 공간, 프로그램 등 놀이환경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9∼17세 한국아동의 97.2%는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1주일에 하루 이상 운동(30분 이상)을 하는 아동은 36.9%에 그치는 등 신체 활동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아동 비만율은 2008년 11.2%에서 2017년 17.3%로 오르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게다가 스트레스 인지율 40.4%, 우울감 경험률 27.1% 등 정서장애 위험이 증가하고, 9∼17세 아동의 3.6%가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마음 건강도 우려되는 수준이었다.
여기에다 이른바 '노키즈존'을 사회적 차별로 보지 않는 등 아동을 귀찮고 불편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며, 아동학대의 절대다수가 가정에서 발생하는데도 가정 내 체벌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학대와 유기, 이혼, 빈곤 등으로 가족과 분리되는 아동이 연간 4천∼5천명에 달하고, 매달 2.6명의 아동이 학대로 숨지지만, 공공인프라 부족으로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올해 4월 현재 시군구당 평균 요보호아동 수는 196명이지만,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평균 1.2명에 불과해 아동 한명 한명을 보살피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이들 보호 필요 아동의 다수는 부모가 있지만 40%는 보호시설에서 보호받거나 국내에서 가정을 찾지 못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동이 행복할 권리'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제고와 함께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지 않은 허술한 아동보호 체계를 하루빨리 견실하게 재구축해야 한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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