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정비 중 사고 40여건…절반이 실수 등 인적 요인

입력 2019-05-22 15:15
수정 2019-05-22 15:23
한빛원전 정비 중 사고 40여건…절반이 실수 등 인적 요인

30년 넘은 노후 1·2호기, 주요 설비 있는 1차 계통 사고 많아

"무자격자, 관리 부실 등으로 사고 반복…원인 조사·대책 마련 시급"



(영광=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상업 운전에 들어간 지 30년이 넘은 한빛원전(한빛 1호기 1986년 상업 운전 시작)에서 정비 중 사고 건수가 4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이번 한빛 1호기 '수동 정지' 사건과 같이 인적 요인에 따른 사고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빛 1호기 상업 운전 이후 최근까지 계획예방정비 중 사고 건수는 총 39건이었다.

작업자 실수 등 인적 원인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적 원인 12건, 계측적 원인 6건, 전기적 원인 5건이었다.

상업 운전 30년이 넘은 1호기 11건·2호기(상업 운전 1987년) 10건이었고, 30년이 되지 않은 3호기(1995년) 6건, 4호기(1996년) 7건, 5호기(2002년) 5건, 6호기(2002년) 0건이었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주요 설비가 있는 1차 계통에서의 사고가 절반이 넘는 21건이나 됐다.

인적 원인에 의해 사고는 작업자 실수나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했다.

지난 10일 발생한 한빛 1호기 수동 정지 사건은 면허가 없는 작업자가 제어봉을 조작하다가 원자로 출력이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감독자의 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는 한빛 2호기가 정비를 끝내고 재가동을 위해 출력을 높이던 중에 증기발생기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멈췄다.

조사 결과 사고는 운전원이 실수해 증기발생기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10월 한빛 1·2호기의 전원 공급이 차단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2호기 점검 과정에서 작업자가 잘못된 회로에 전기 단자를 꽂으면서 발생했다.

2014년 1월에는 한빛 4·5호기 정비 중 방수로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관리자가 없고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다가 물에 휩쓸려 숨지기도 했다.



기계적인 문제에 의해 사고도 잦았다.

지난 3월 가동 중 주 변압기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해 발전이 정지한 한빛 5호기는 점검 중 주 변압기 보호 배전반의 내부 회로가 설계와 다르게 잘못 설치됐기 때문이었다.

2010년 원자로 헤드 배기관 균열에 의한 냉각재 누설, 2007년과 2008년 증기발생기 수실의 배수관에서 붕산 석출(액체가 고체로 되는 현상) 등 정비 중 1차 계통에서의 심각한 사고도 발생했었다.

정비 중 화재도 잇따랐다.

지난 3월 한빛 1호기 격납건물 내 증기발생기와 원자로 냉각재 펌프 사이에 설치된 배관 보온재에서 불이 나 10분 만에 자체 진압했다.

원자로 냉각재 펌프에서 윤활유가 새 나와 보온재로 유입된 사실도 모른 채 작업을 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한빛 3호기 격납건물 내 전기 콘센트에서 접촉 불량 또는 과부하로 불꽃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응섭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센터 소장은 "무자격자가 근무하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비 중, 정비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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