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 ⑮ '나비 날면 먹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녀석의 정체는?

입력 2019-06-09 08:01
[알쏭달쏭 바다세상] ⑮ '나비 날면 먹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녀석의 정체는?

테트로도톡신 중독되면 사망할 수도…산란기 5∼7월 독 절정

숙취 해소 탁월 '애주가 사랑 한몸에'…반드시 전문가 손질 후 섭취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몸통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복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복어는 성질이 사납다. 그리고 치명적인 맹독을 갖고 있다.

살아있는 복어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이빨을 갈기 시작하고 모조리 물어뜯을 기세를 보인다.

원통한 일을 당해 이를 갈 때 "복어 이 갈 듯한다"는 속담을 쓰기도 한다.



복어 독 '테트로도톡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강력한 독 중 하나다. 알, 간, 창자, 혈액, 껍질 등에 들어있다.

과거에 복어를 조리하면서 혈액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아 복어나 알을 먹고 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

"복어 한 마리에 물 서 말"이라는 속담도 있는데 그만큼 복어를 손질할 때 독이 든 혈액을 없애려면 물이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복어 알 먹고 놀라더니 청어 알도 마다한다"는 속담처럼 복어 독은 무섭다.

산란기인 5∼7월에 복어 독이 절정에 이르는데 "나비가 날면 복어를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주제넘은 짓을 하는 사람에게 "칠산 바다 조기 뛰니 제주 바다 복어 뛴다", 실속은 없으면서 거만한 사람에게는 "복쟁이 헛배 불렀냐"는 말도 쓴다.



종류가 매우 다양한 복어는 세계적으로 120여종이 있는데 그중 일부가 맹독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이 가능한 복어는 21종으로 복섬, 흰점복, 졸복, 매리복, 검복, 황복, 눈불개복, 자주복, 검자주복, 까치복, 금밀복, 흰밀복, 검은밀복, 불룩복, 삼채복, 강담복, 가시복, 브라커가시복, 쥐복, 노란거북복, 까칠복 등이다.

복어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배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다.

단단한 이와 턱 근육으로 새우·게·불가사리,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사는 육식성 어종이다.

이빨과 턱이 강해서 낚싯줄도 잘 끊는다.

서로 물어뜯고 공격하는 습성이 있어서 양식장에서는 복어 이빨을 일일이 잘라내기도 한다.

복어 살은 희고 맑으며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다.

단백질 함량은 100g당 20g 정도인데 지방 함량은 1g도 채 안 된다. 지방 중 20%가량이 EPA·DHA 등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이다.

복어에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감칠맛과 단맛이 있다.

메티오닌과 타우린과 같은 함황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간 해독 기능을 돕는다.

숙취 원인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에 복국 등으로 애주가들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복어 살은 조직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으며, 콜라젠이 많아 쫄깃쫄깃하다. '바다의 육류'로 불릴 만큼 육질이 질긴데 다른 횟감보다 훨씬 얇게 뜬다.

복어는 몸이 단단하고 눈동자가 선명한 것이 좋다.

집에서 복요리를 하고 싶으면 반드시 전문가가 손질한 복어를 사야 한다.

복어 독은 고온에서 몇 시간을 가열하거나 오랫동안 냉동해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공인자격을 갖춘 '전문 복어조리사' 손길이 필요하다.

복어를 먹고 30분이나 4시간 이내에 입술·혀 끝 등이 마비되고 통·복통·지각마비·언어장애·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복어 독은 해독제가 없어 중독되면 위세척을 해야 한다.

Tip; 양식 복어에는 독이 있다? 없다?

독이 자라면서 먹이 등을 통해 몸속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온 얘기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독 없는 복어 양식을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양식 복어도 자연산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독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하튼 자연산이든 양식이든 섭취 시 공인받은 전문가 손길이 필요하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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