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기사의 아찔한 '만취운전'…운행 전 음주 관리 '구멍'

입력 2019-05-22 14:01
수정 2019-05-22 15:23
시외버스 기사의 아찔한 '만취운전'…운행 전 음주 관리 '구멍'

신호대기 승용차 들이받아 적발…경찰, 기사·업체 상대 수사



(거제=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심야에 경남 거제에서 승객 11명을 태우고 서울로 출발한 시외버스 기사가 추돌 사고를 낸 가운데 당시 해당 기사가 혈중알코올농도 0.2%가 넘는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행법상 버스 운행 전 기사에 대한 음주 여부 확인은 의무이지만 해당 업체는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0시 6분께 거제시 장평동 한 도로에서 A(50)씨가 몰던 시외버스가 신호대기 중인 모닝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2차로에 있던 승용차는 4차로까지 튕겨갔고, 승용차 안에 있던 대리운전 기사 등 2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씨가 목적지인 서울의 터미널로 가기 위해 지난 21일 오후 11시 59분께 거제 고현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지 7분 만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얼굴이 붉은 A씨를 상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봤더니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209%로 나타났다.

승객 11명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거쳐 400㎞가량을 달려야 할 시외버스 기사가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만취 상태였던 것이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2% 안팎의 상태에서는 언어 구사가 부정확하고 운동신경 마비 등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을 보면 A씨 버스가 사고 직전 차선을 물고 가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담겨 있다.

A씨 버스가 당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A씨는 "저녁때 식사하며 소주 반병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미뤄 A씨가 술을 더 마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다수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일이 없도록 운송사업자에게 운행 전 기사의 음주 상태를 확인하도록 규정한다.

해당 법 21조 12항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기사)의 음주 여부를 확인·기록하고, 그 결과 안전 운전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기사의 차량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

그러나 A씨가 만취해 운전대를 잡은 이번 사고에서 보듯 이런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해당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사업자에게 위반 차량의 2배수에 대한 운행 정지 30일 처분 또는 과징금 180만원 부과가 가능하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해당 업체 측에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A씨와 업체를 상대로 안전 운전 의무 위반 여부를 포함한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 승객 중 추가 부상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업체를 상대로 안전 의무 위반 사항이 있는지 등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sk@yna.co.kr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