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아니라 손님 구하는 게 더 힘들어' 해운대 호텔 우후죽순
지금도 객실 포화 상태인데 곧 6개 추가 오픈 예정
고객 유치 경쟁 치열…일부 업체 호텔업에서 철수
소비자 "선택 폭 넓어" 환영…업계 "이러다 공멸"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관광명소인 부산 해운대에 최근 몇 년 사이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호텔업계가 생존을 다투는 무한경쟁에 들어갔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서비스와 가격대의 방을 고를 수 있어 반기지만 호텔업계에서는 이러다가 공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부산 해운대구청 등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봄 사이에만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 6개 호텔이 문을 열 예정이다. 총 객실 수는 1천여 개에 달한다.
해운대 중동 엘시티에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5성급 호텔(260실)이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올해 10월쯤에는 154개 객실을 갖춘 비즈니스급 한 호텔이 문을 열고, 이 호텔 인근에 또 다른 비즈니스호텔(123실)이 오픈을 준비 중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임차해 운영할 옛 노보텔(330실)도 리모델링을 거쳐 5성급 호텔로 내년 봄 재개장 예정이다.
이들 6개 호텔이 문을 열면 해운대 호텔업계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객유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금도 객실이 포화 상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해운대에서 영업 중인 관광호텔은 20여 곳을 넘는다. 총 객실 수는 3천900여 개에 달한다.
이들 호텔 중 상당수는 관광 붐을 타고 2016년 이후 잇따라 건립됐다.
객실 510개를 갖춘 토요코인 해운대가 2016년 1월 포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6월 이비스앰배서더(237실)가 비즈니스호텔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7년 4월에는 신라스테이 해운대(407실)가, 7월에는 라마다앙코르 해운대(402실)가 가세하면서 중저가 비즈니스급 호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에도 225실의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를 비롯해 크고 작은 비즈니스급 호텔 4개가 잇따라 개장, 해운대 호텔업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다양한 가격대의 숙박시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방 구하기 힘들다'라는 말은 옛 얘기가 됐다.
하지만 호텔들은 치열한 고객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일부 업체는 최근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형 호텔인 해운대 A호텔(420실)을 위탁 운영하던 한 업체는 지난달 호텔업에서 철수했다.
손님이 줄어들면서 수익금을 맞춰 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운영업체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관광호텔 10여 곳이 무더기로 문을 열면서 상당수 호텔이 주말에도 객실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브랜드가 떨어지는 호텔은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특급호텔은 나름의 영업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저가 호텔은 경쟁이 치열하다"며 "해운대가 사계절 관광지로 정착하지 못하면 호텔업계는 큰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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