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빚 회수 맡겼는데'…예보, 직원 뇌물 의혹에 당혹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22일 검찰이 예금보험공사(예보) 직원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고자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예보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수사 단계지만, 예보는 금융소비자의 예금을 보호하고 금융 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공기업으로서 더 높은 신뢰와 투명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예보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지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신 내주는 재원(예금보험기금)을 관리한다.
금융사의 부실징후를 미리 파악해 이 기금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예보 역할이다.
또 다른 주요 업무는 이미 부실이 난 금융회사의 책임자 등에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이들의 은닉 재산을 파헤쳐 환수하는 것이다. 특히 2011∼2012년 파산한 부실 저축은행 관련 재산 회수가 중요한 과제다.
예보는 2011년 국내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복구하는 데 27조2천억원을 투입했다. 국민 세금과 예금보험료로 이뤄진 돈이다.
예보는 이 자금을 먼저 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이후 부실 저축은행이 보유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 등 자산을 팔고, 부실대출 관련자들이 국내외에 숨겨둔 재산을 회수해 매각하는 등으로 이 자금을 다시 메우고 있다.
검찰이 수사하는 한모씨는 이렇게 파산한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을 관리·배당하는 업무를 하다 저축은행 측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충격이 더 크다.
검찰은 한씨가 토마토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 등 파산한 제2금융권 관련 업무를 하면서 저축은행 측에 유리하게 일처리를 해주고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씨가 부실 저축은행 해외자산 회수를 위해 캄보디아에 파견 근무를 하면서 채무 조정 등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뒷돈을 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가 부실경영을 한 이들에게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할 자리에 있었다는 의미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 특별계정 부채는 13조8천억원이 남았다. 현재 부실과 상관없는 저축은행들도 일반 은행(0.08%)보다 5배에 달하는 예금보험료(0.4%)를 내가며 빚을 갚는 상황이다.
한씨는 지금은 예보 노조위원장을 맡을 만큼 사내에서 신망이 있는 직원이라는 점에서 더 술렁이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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