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복 인니 야권 지지자들, 화염병 던지며 경찰과 밤새 대치
야권, 22일에도 대선 불복 집회 예고…소요사태 확대 우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지난달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된 데 불만을 품은 야권 지지자들이 화염병과 돌, 폭죽 등을 던지며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
22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의 지지자들은 전날 오후부터 자카르타 시내 선거감독위원회(Bawaslu)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집회를 벌였다.
약 1천명이 참여한 해당 집회는 오후 8시 45분께 평화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일부 참가자들이 집회 장소에 다시 모여들어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했으나 시위대는 폭죽을 터뜨리며 경찰과 22일 아침까지 6시간 넘게 투석전을 벌이고 있다.
현지 방송들은 화염병을 던지고 달아나는 남성을 경찰이 뒤쫓는 장면과 도로를 점거한 수백명 규모의 시위대가 길가에 불을 지르고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는 전날 새벽 조코위 대통령이 55.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44.50%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프라보워 후보는 정부, 여당이 개표조작을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선거 불복 입장을 밝혔다.
그의 지지자들은 22일에도 Bawaslu와 KPU 주변에 모여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충돌이 확대되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가 대형 소요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란토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대규모 집회를 벌여 KPU와 Bawaslu는 물론 국회와 대통령궁을 점거하려는 계획을 세운 이들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카르타 시내의 보안을 최고 경계 단계로 높였다.
21일 밤에는 퇴역 장성과 현직 군인 등이 총기를 지닌 채 집회에 참여하려다 체포되기도 했다.
일부 현지 매체는 집회 현장 인근에서 현지인 남성 한 명이 목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인도네시아 경찰은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 배치된 군경에게 실탄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련 당국은 이슬람국가(IS) 연계 현지 테러단체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를 비롯한 민주주의 부정 세력들이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 야권의 대선 불복 집회 현장에서 폭탄을 터뜨려 반정부 폭동을 유발하려는 음모를 꾸미던 JAD 조직원 8명을 검거 혹은 사살하고 고성능 폭발물과 총기 등을 압수했다. 지난 17일에도 자카르타의 위성도시인 보고르에서 폭발물을 지닌 IS 추종자 두 명이 체포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여행주의보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 내 자국민에게 시위 현장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5년 전 2014년 대선에서 조코위 당시 투쟁민주당(PDI-P) 후보에게 6.2%포인트 차로 패했을 때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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