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임 광복회장 김원웅 "'친일찬양금지법' 추진하겠다"
정계은퇴 10년만에 '컴백'…"광복회, 진정한 항일승계조직으로 거듭날 것"
"文대통령 역사의식 관료사회에 흡수안돼…쓴소리도 해나갈 것"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유럽국가들은 나치 찬양을 형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친일찬양 금지법' 제정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김원웅(75) 신임 광복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독립유공자'를 '국가유공자'와 완전히 분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독립 유공자들에 대한 처우 강화 활동도 전개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14, 16, 17대에 걸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신임 회장은 한때 자타가 공인하는 유력 정치인이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장과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지냈고,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국민학교→초등학교' 명칭 개정, '일제강제동원 진상규명 및 보상법' 등이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로 의정활동도 왕성했다.
그러나 2009년 정치권에서 그의 이름은 홀연히 사라졌다.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고 연고도 없던 강원도 인제 산골 마을에 홀로 정착하면서다.
그랬던 그가 10년 만에 다시 구두끈을 바짝 조여 맸다. '신임 광복회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이 잊고 있던 '승부욕'을 되살린 것이다.
김 신임회장은 선거과정에서 '임기시작과 함께 청와대, 국회, 총리실, 기획재정부와 연쇄적으로 협의해 내년도부터 광복회 예산을 대폭 증액시키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던 만큼 이 약속을 지키는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1965년 창립된 광복회는 국가보훈처 산하 공법단체로, 독립운동 선열들의 정신을 보존·계승하는 사업과 민족정기 선양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
'제21대 광복회장' 취임을 앞둔 김 신임 회장을 만나 10년간의 정계 은퇴 생활과 향후 광복회 운영 방침 등을 들어봤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 얼굴이 좋아 보인다.
▲ 정계에서 은퇴한 지 올해로 딱 10년 됐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예순여섯 나이에 정권도 빼앗겼다. 이제 그만 정치를 정리하자, 후배들에게 넘겨주자 하고서 강원도로 떠나왔다. 우리 지역구가 참 고달픈 곳이다. 그 이후에 치러진 선거에서 모두 자유한국당에게 졌다.
인제군 상남면 산골 마을에서 하루 한 번은 산을 오르내렸다. '허준 약초학교'도 만들었는데 매년 4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요즘은 평일에는 서울에 가 있고, 주말에 다시 산골 마을로 내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단재 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회장,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대표 등을 맡아 여러 활동을 하기도 했다.
-- 선거 과정에서 광복회의 정통성 문제를 거론했는데
▲ 제가 당선되고 나서 (주변에) 광복회라고 했더니 '거기 무슨 보수단체 아니야' 하는 인식이 있는 걸 알게 됐다. 광복회는 탄생한 지 올해로 54년이 됐는데, 사실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졌다.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만든 단체다 보니 초대 회장(이갑성) 시절부터 논란이 빚어졌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주류는 친일세력이었고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은 중하층에 몰려있었다. 그런 걸 이제는 바꿔야 한다. 광복회를 항일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조직으로 만들어놓겠다.
-- 어떤 사업들을 추진할 생각인가
▲ '친일찬양 금지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벨기에 등은 나치 찬양을 형법으로 처벌한다. 반인륜 범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제시대를 찬양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광복회를 보훈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기고 '독립유공자'를 '국가유공자'와 완전히 분리하는 법 개정도 추진할 생각이다. 어느 나라든지 독립유공자와 다른 국가유공자들 사이에 확실한 차이를 두고 있다. 독립유공자를 그냥 일반적인 국가유공자 범주에 묶어서는 안 된다.
(다음 달 7일 열리는) 취임식 초청대상도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보훈단체, 재향군인회 이런 단체 사람들만 초청했다. 저는 여기에 더해 제주 4·3항쟁, 여순항쟁, 대구항쟁, 4·19, 6월 항쟁, 촛불항쟁 등 다양한 그룹들을 다 초청할 생각이다.
-- 현 정부의 보훈정책을 평가한다면
▲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의식이나 정치철학이 관료들에게 침투가 안 되는 것 같다. 독립유공자 예산만 해도 그렇다. 작년 광복회 예산은 26억 원이었다. 올해는 정부기금으로 광복회 토지 위에 건립된 광복회관이 개관돼 토지 임대수입 11억 원이 새로 생겼는데, 기존 예산이 줄어들면서 조삼모사가 됐다.
앞으로 정부의 독립유공자 관련 정책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쓴소리도 해나갈 것이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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