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선거, '가짜뉴스와의 전쟁' 성과?…선거 막판이 '고비'
EU, 러 등 외부개입 우려…신속경보체제 구축·온라인 감시 강화
"범유럽 차원 위협 아직 없어…온라인 개선됐으나 더 노력 필요"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오는 23~26일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일찍부터 러시아를 비롯한 외부세력의 선거개입을 우려해왔다.
유럽의 통합을 훼손하고 EU를 와해하려는 외부세력이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서방 국가에서 치러진 주요한 선거나 국민투표마다 외부세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돼왔다.
'러시아 스캔들'로 비화한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의 러시아 개입 의혹, 지난 2016년 6월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국민투표 때 외부세력 개입 의혹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선 반(反)난민·반(反)EU를 내세우고 있는 극우·포퓰리스트 정당들이 각종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것도 외부세력의 가짜뉴스 활동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EU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가 본격적인 궤도에 이르기 전부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왔다.
지난 2월 독일과 영국, 프랑스 해외 담당 정보기관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유럽의회선거에서의 외부세력의 개입을 경고한 바 있다.
앞서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작년 9월에 "유럽의회 선거를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방법은 매우 정교하다"며 이에 대해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또 앤드루스 안십 EU 디지털 담당 집행위원은 작년 12월 "그동안 각종 선거나 국민투표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목격해왔다"면서 "이런 활동의 주요 소스는 러시아임을 가리키는 증거들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서방에서 치러진 선거나 국민투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EU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에 대해 회원국이 재빠르게 공동 대응하기 위해 범유럽 차원의 '신속 경보 시스템'을 도입했고, 가짜뉴스가 주로 유포되는 공간인 온라인에 대한 감시 및 가짜뉴스 차단 노력을 강화해왔다.
EU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 안에 설치된 '신속경보시스템'은 소셜미디어를 감시하다가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칠 선거개입 위험이 포착되면 경보를 발령해 모든 회원국이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EU는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는 가짜뉴스를 신속히 적발하고 관련 내용을 삭제하도록 페이스북이나 구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업체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이른바 '트롤'이라고 불리는 전문적인 '가짜뉴스 유포꾼'과 '봇'이라는 자동 댓글 달기 또는 자동 트윗 기능을 가진 악의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유포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매뉴얼 격인 '규약'을 만들어 이행을 약속했으며 EU는 매달 이를 모니터·평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이탈리아의 허위 계정과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계정 여러 개를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사들도 '팩트체크'를 통해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
EU 28개 회원국에서는 여전히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지만 아직 당초 우려했던 만큼 가짜뉴스의 홍수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EU 측은 밝혔다.
익명의 EU 관리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유럽 차원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경보가 내려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EU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무엇보다도 가짜뉴스는 선거 막바지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 있어 지금까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EU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EU는 최근 소셜미디어 업체의 가짜뉴스 관련 활동에 대한 평가보고서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의 내용이나 유포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적발된 일부 가짜뉴스를 보면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내용 등 유럽의회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EU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을 겨냥한 내용이 적지 않다는 게 EU 측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EU 관련 기구나 선거에 대해 화나게 하거나 위협을 느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짜뉴스 활동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가짜뉴스 전문가인 벤 니모는 "만약 (온라인에 올라온) 어떤 글이 당신을 화나게 하고 두렵게 하는 내용이라면 이 글을 공유하기 전에 '왜 누군가가 나를 화나거나 두렵게 만드는 것이지'라고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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