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연일 소환…증거인멸 '윗선' 추적
"직원들이 알아서 했다" 혐의 부인…'이재용 측근' 정현호 사장 곧 소환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 회사 김태한(62) 대표이사를 연일 불러 증거인멸 '윗선'을 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1일 김 대표를 증거인멸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부터 사흘 연속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서 벌어진 증거인멸이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김 대표를 상대로 윗선을 추궁했다.
김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삼성전자TF(태스크포스)가 알아서 한 일"이라며 윗선은 물론 자신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대범한 증거인멸 범행을 회사 대표 모르게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회사의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 수십 대를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숨기고,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합병'·'지분매입', '미전실' 등 민감한 단어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거인멸이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정황도 여럿 포착됐다.
검찰은 옛 그룹 미래전략실 구실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백모(54)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47) 상무가 삼성바이오 등지 현장에 나가 증거인멸을 지휘한 사실을 확인해 지난 11일 구속했다. 이들은 구속된 이후 윗선 지시로 증거인멸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직원들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문제가 될 만한 자료를 찾아 삭제하는 데 IT계열사 삼성SDS 직원들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룹 차원의 지시가 없었다면 여러 계열사 임직원들이 동시에 증거인멸에 나설 이유도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전자TF가 증거인멸을 그룹 차원에서 주도했다고 보고 구속된 백 상무의 직속상관인 사업지원TF 소속 김모(54) 부사장을 지난 19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에피스 직원부터 삼성전자 임원까지 계열사 임직원 5명을 구속하며 증거인멸 지시가 어디서부터 내려갔는지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본류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의사결정 구조와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안팎에서는 증거인멸 수사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결과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한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의 턱밑까지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을 맡고 있는 정현호(59) 사장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옛 미래전략실에서 경영진단팀장·인사지원팀장으로 일한 정 사장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부터 이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최측근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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