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또 리라 방어대책…"외환 매수거래 지연 처리"
당국 "매수액 10만달러 넘으면 다음날 입금" 은행에 통보
금융권 "'자본 통제 강화' 불안감 키울 것" 평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환투기' 공포에 시달리는 터키가 통화 방어조처를 잇따라 내놨다.
터키 은행규제감독기구(BDDK)는 20일(현지시간), 외환을 고액으로 매수하는 거래에 대해 지급을 지연하는 제도를 21일부터 시행한다고 시중 은행에 기습적으로 통보했다.
외환 매수 거래 지연 처리제도에 따라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가 넘는 외환을 매수하려는 고객은 당일이 아닌 다음날 계좌로 외환을 입금받게 된다.
새 조처는 달러뿐만 아니라 10만달러 상당을 기준으로 다른 외환에도 모두 적용된다.
이번 조처는 외환시장에서 리라화 투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지난해 터키 리라화 가치는 미달러에 견줘 36%나 평가절하됐고, 올해 들어 최근까지 13%가량 하락했다.
BDDK는 각 은행에 보낸 서한에서 외환 매수 거래 지연 처리제도가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터키 당국이 교과서적 통화 방어대책인 금리인상 대신 임시방편이나 부수적 수단을 동원해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달 15일 터키 정부는 환투기를 막고자 외환 판매에 0.1% 세율로 외환거래세를 부과한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이 신뢰회복보다는 단기처방으로 대처한다는 우려가 흐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익명의 금융권 인사는 "최근 일련의 당국 조처는 자금 통제가 더 커질 거라는 위기감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사전 논의나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규제를 시행하는 행태도 불신을 키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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