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당선' 카탈루냐 분리독립파 두고 스페인 정가 '설왕설래'
법원, 의회 개회 때 임시 외출 허용…영구 석방은 거부
야당 "의회 출석 막겠다" 반대…산체스 총리 연임 영향 미칠지 관심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뇌부 5명이 지난달 총선에 옥중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선 이들의 거취 등을 둘러싼 논란과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오리올 훈케라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 등 5명은 지난달 28일 실시된 총선 출마해 당선됐다.
훈케라스 전 부수반을 비롯해 호르디 투룰 전 대변인, 조제프 룰 전 영토존속부 장관, 호르디 산체스 카탈란국민회의(ANC) 전 대표 등 4명은 하원에, 라울 로메바 전 외무장관은 상원에 각각 입성했다.
이들은 2017년 10월 카탈루냐 분리독립 선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수감 생활을 해오며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당선 직후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영구 석방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이들이 당선증을 받을 수 있게 20일간 일시 외출을 허가했다.
새 의회가 열리는 이 날도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들이 의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몇 시간 동안의 외출을 허락했으나, 향후 의정활동을 허용할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경찰의 감시 아래 의회까지 이동한 뒤 스페인 헌법을 존중하겠다는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AFP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훈케라스 전 부수반은 AFP와 서면 인터뷰에서 "그들은 우리를 침묵하게 하고 하찮은 존재로 만들려고 하지만, 총선 결과는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반박했다.
훈케라스 전 부수반은 오는 26일 스페인에서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에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들 5명의 옥중 의회 입성은 정치권에서도 논쟁 대상이다.
스페인 상·하원은 조만간 이들의 형집행정지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파 국민당(PP)과 중도 우파 성향의 시민당(Ciudadanos)은 이들 5명이 의석에 앉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입장이다.
파블로 카사도 PP 대표는 스페인 민주주의를 끝장내려는 이들에 맞서 법정 밖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이 됐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연정이 불가피해진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에도 이들 5명의 거취는 중대 이슈다.
PSOE를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현 총리가 연임하려면 의회의 임명 투표(investiture vote)를 거쳐야 한다.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정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5명이 투표에서 배제될 경우 산체스 총리의 연임 가능성이 한결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