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된 원칙중심회계 아직도 기준 해석 어려워"
한국회계학회 '원칙중심 회계 종합 세미나'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원칙중심 회계가 도입된 지 8년이 넘었지만 기업과 외부감사인 모두 기준 해석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21일 오후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한국회계학회 등이 주최한 '원칙중심 회계 종합 특별세미나'에서 "기업 회계 담당자와 외부감사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두 집단 모두 원칙중심 회계의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시 애로사항으로 '가이드라인 부재'와 '기준 해석의 어려움'을 1, 2위로 꼽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이 회계기준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기업과 감사인, 감독 당국이 모두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를 포함한 원칙중심 회계 특별세미나 연구팀은 기업 회계담당자 159명, 공인회계사 18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외부감사인 중 71.3%가 IFRS 도입 이후 이익조정 가능성이 커졌다고 답했고 91.5%는 감리 지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한 교수는 "외부감사인들은 충분한 감사시간 투입과 감사인에 대한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며 "원칙중심 회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인식 변화, 회계 인프라 강화뿐 아니라 외부감사인의 전문성·독립성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중심 회계의 정착 방안으로 "재무제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기업과 외부감사인 간 이견이 존재할 경우 회사의 회계처리 방안과 그 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주석으로 대안적 회계처리 방법과 이 대안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영국의 회계감독기관인 재무보고위원회(FRC)의 폴 조지 부원장도 참석, 영국의 상황을 소개했다.
조지 부원장은 "기업 회계를 심사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전략보고서(Strategic report)로, 여기에는 기업의 전략과 성과, 업계 상황 등이 상세히 서술돼있다"며 "이를 토대로 기업이 택한 회계처리 방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FRC의 철학은 '당신을 잡겠다'는 게 아니라 '회계를 잘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220개 회사의 재무제표를 심사하면서 153개의 공문을 보냈는데 이 중 84개는 재무제표상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추가자료를 요청하는 것이었지만 69개는 사소한 문제에 대해 앞으로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노 이슈 레터'(No issue letter)였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민교 LG전자[066570] 상무는 "원칙중심 회계에서는 기업의 판단에 따라 같은 업종의 회사 간에도 다른 회계처리를 할 개연성이 높아 재무제표 비교가 어려워지고 일부 기업은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감독기관이나 기준제정기관에서 회계처리와 관련된 기본적인 모형을 제시해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 가능성을 낮춰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새로운 회계 기준서가 나오는 등 변화가 있을 때는 질의회신 활성화 등 공적 인프라를 활용해 회계처리의 방향성을 잡아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축사에서 "2011년 도입된 원칙중심 회계의 정착이 유난히 더딘 데에는 구체적인 규정과 지침을 요구하는 법률, 사회적 분위기 뿐 아니라 외부감사 결과에 대한 시장과 감독기관의 낮은 신뢰도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해 11월부터 4차례에 걸쳐 회계감독, 회계감사, 기업, 법률 등의 관점에서 원칙중심 회계를 살펴보는 세미나를 열었으며 이날은 그동안의 발표 내용과 제언을 종합하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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