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년세대, 향후 1년 경제·사회·정치상황 비관 강해져

입력 2019-05-21 16:31
세계 청년세대, 향후 1년 경제·사회·정치상황 비관 강해져

42개국 밀레니얼세대 조사에서 '경제 개선 기대 26%…지난 2년에 비해 반쪽 나

최우선 희망목록 최우선은 '세계 여행'…부자되기, 집장만, 결혼 제쳐

'4차산업혁명시대 기술·지식 구비했다' 자신감은 5명중 1명만

정치·종교 지도자와 전통 언론에 대한 부정평가와 불신 두드러져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세계의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사이 청년들의 사회 전반에 대한 전망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 어두운 쪽으로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회계·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밀레니얼세대 조사보고서(GMS)에 따르면, 자국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 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26%에 불과했다.

지난 6년간 매년 실시해온 이 조사에서 경제 상황 개선 기대감이 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고, 특히 최근 2년간은 45% 수준이었던 점에 비춰 비관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자국의 사회·정치적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지난해 조사 때 33%에서 올해는 22%로 크게 낮아졌다.

이번 면접 조사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세계 42개국 밀레니얼 세대(1983.1-1994.12월 생) 1만3천4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10개국에선 밀레니얼 세대보다 어린 Z세대(1995.1-2002.12월 생) 3천명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으며, 두 세대의 답변은 놀라울 만큼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정치 지도자들 뿐 아니라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도 박하다. 정치 지도자들이 세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느냐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의 4명 중 3명 꼴로 부정적으로 답했다. 종교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3명 중 1명 꼴로 마찬가지 평가를 했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45%가 이들 지도자들의 말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가 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이 43%에 이르고, 이들 미디어를 정보 원천으로 전혀 믿지 않는다는 응답도 27%나 되는 점"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언론사에 대한 믿음 부족이 밀레니얼 세대의 파열감(feelings of disruption)과 불확실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현 사회가 직면한 도전 20개를 제시하고 개인적 차원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을 꼽게 하자 기후변화·환경보호·자연재난이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 모두에서 29%로 수위를 차지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이어 소득 불평등·부의 분배(22%), 실업(21), 범죄·개인안전(20), 경제·정치적 부패(20), 테러리즘(19), 정치불안·전쟁(18%) 순으로 들었다.

이에 비해 Z세대는 테러리즘을 2위로 올려놓고 이어 실업, 소득 불평등, 다양성·기회균등·개인적 특성에 따른 차별, 범죄, 교육·기술훈련 순으로 답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세상에서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모두 갖췄다고 답한 밀레니얼 세대는 5명 중 1명 꼴에 불과했다. 70%는 일부만 혹은 거의 역량을 구비하지 못했다고 답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기회만 있으면 앞으로 2년 내 이직하고 싶다는 응답이 2년 전 조사 때의 38%로부터 이번 조사에선 49%로 증가했다. 이직 희망자중 4분의 1은 이미 지난 2년 사이에 이직을 경험했다.

이직 사유로는 임금 등 금전적 보상에 대한 불만이 43%로 가장 많고, 이어 승진기회 부족, 배움과 개발 기회 부족,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 일과 삶의 균형 부족, 도전 부족, 직장문화 등의 순으로 꼽혔다.

두 세대 공통의 최우선 희망은 전통적인 성인의 '성공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거나, 집을 사거나, 가정을 꾸려 자녀를 갖는 게 아니라 두루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올랐다. 두 세대 똑같이 57%를 기록했다.

특히 가정을 이루는 것을 희망 목록에 넣은 밀레니엄 세대는 39%에 지나지 않았다. 이 세대는 집 장만도 49%만 꼽았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은 52%.

이들 세 항목에 대해 Z세대는 각각 45, 52, 56%로 답했다. 선배 세대보다 전통적이고 세속적인 셈이다.

한편 경제 상황, 사회·정치 상황, 개인 자산 상황, 환경 상황, 기업의 영향 등 5개 항목에 걸쳐 향후 1년의 낙관도를 0점에서 100점 사이로 지수화해 본 결과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는 각각 39점과 40점으로 비슷했다.

나라별로는 나이지리아의 밀레니얼 세대가 69점으로 가장 낙관적이고 이어 인도, 중국과 필리핀, 브라질 순이며, 터키의 청년 세대가 22점으로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27점)은 홍콩, 프랑스, 핀란드(각 23), 오스트리아(24), 러시아, 벨기에(각 25), 노르웨이(26)에 이어 스위스(27), 독일(28), 영국(29) 등과 함께 가장 비관적인 나라들에 속했다.

선진 경제권 가운데 미국만 40점으로 평균치를 넘겼을 뿐 스웨덴, 일본, 이스라엘도 30대 초반을 기록하는 등 선진 경제권 나라들의 밀레니얼 세대는 우울하다.

보고서는 "지구상 가장 행복한 두 나라로 꼽히는 노르웨이와 핀란드마저 밀레니얼 세대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최하위권인 반면,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기저치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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