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의 자신감 "평양에서 살아남았는데 파리라고 못할까요"

입력 2019-05-21 16:08
지소연의 자신감 "평양에서 살아남았는데 파리라고 못할까요"

지소연 FIFA와 인터뷰 "개인 목표 세우면 경기 망쳐…4년 전 보다 잘해야죠"

"여자 축구계의 차범근? 비슷한 역할 하게 된 것은 자랑스러워"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우리는 평양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파리에서라고 못할까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에게 4년 전 캐나다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은 아쉬움 그 자체다.

한국 여자 축구 사상 처음으로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지소연은 '강호' 프랑스와 16강전에서 허벅지 부상 때문에 벤치를 지켜야 했고, 결국 한국의 0-3 패배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에이스로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던 지소연은 허벅지 부상의 여파로 페널티킥 1골이 공격포인트의 전부였다.

이 때문에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격을 앞둔 지소연은 2회 연속 16강 진출의 목표를 이루려는 의욕이 강하다.

지소연은 21일(한국시간) 공개된 FIFA 홈페이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내가 이번 월드컵에서 득점을 하고 안 하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대표팀이 목표를 이루고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표팀은 공교롭게도 4년 전 16강에서 만났던 프랑스를 이번 월드컵 개막전에서 상대해야 한다. 4년 전 경기에 결장했던 지소연으로서는 더욱 승리욕이 타오를 수밖에 없다.

지소연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8강과 4강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 생제르맹(PSG), 올랭피크 리옹을 차례로 만나면서 프랑스 여자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과 미리 경쟁을 치렀다.

특히 지소연은 지난 4월 리옹과 4강 2차전에서 기막힌 프리킥으로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지소연은 "사실 리옹과는 꼭 대결하고 싶었다. 리옹은 예상대로 월드클래스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넘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다"라며 "당시 프리킥을 꼭 넣고 싶었다. 첼시에서 '지소연 존(zone)'이라고 불리는 위치였다. 득점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소연은 프랑스와 2019 여자 월드컵 개막전을 앞두고 프랑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질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한국은 2015년 4월 북한 평양의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렸던 아시안컵 예선 B조 북한과 원정에서 0-1로 지고 있던 후반 30분 장슬기의 동점골(인천 현대제철)이 터지면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명의 북한 축구 팬들을 잠깐 얼어붙게 했다.

지소연은 "후반에 장슬기의 동점골이 들어가던 순간이 기억난다. 북한과 무승부로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라며 "장슬기의 득점에 북한 팬들이 순간 침묵에 빠졌고, 우리들 목소리만 들렸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특히 "우리는 평양에서 살아남았다. 파리라고 해서 못할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4년 전 캐나다 대회와 현재 대표팀의 전력 차에 대해선 "4년 전에는 선수 대부분이 첫 월드컵이었지만 이번에는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선수가 많다. 쉽지 않겠지만 선수들 모두 승점을 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6강 진출이 첫 번째 목표다. 어려운 도전이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첫 번째 목표만 달성하면 더 높은 결과를 갈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선 "스스로 목표를 세울 때마다 항상 결과가 꼬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플레이를 유지하면서 4년 전보다는 잘하고 싶다"라며 "정말로 득점이나 도움 개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팀이 목표를 이루고 경기를 즐기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여자축구계에서 선구적인 역할이 차범근과 비교된다'는 질문에는 "그런 비교는 정말로 영광스럽다. 한국 여자 축구계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다는 게 자랑스럽다"라며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하는 것을 보면 기쁘다. 가끔 압박감도 느끼지만 그런 것이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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