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호기, 1시간 전 이상 발견하고도 무리하게 출력 올려(종합)
원자로 제어봉 작동 이상 발견…무면허자가 작동해
원자로 출력 제한치 초과 12시간 넘어 공개…"은폐 의혹"
(영광=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점검을 마치고 가동 준비 중에 발전이 멈춘 한빛원전 1호기는 이상을 발견하고도 원자로의 출력을 무리하게 올렸다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한빛 1호기 재가동 승인을 받고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원자로 제어봉의 제어능력에 대한 측정시험을 했다.
원자로 내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을 내리면 출력이 떨어지고 들어 올리면 출력이 올라간다.
재가동을 위해 여러 개의 제어봉을 차례로 올려 같은 높이로 맞추며 총 0∼231스텝(높이)까지 출력을 올리게 된다.
시험 시작 6시간 30분 만인 오전 9시 30분 일부 제어봉 사이에서 2스텝의 편차가 발생했다.
원전 측은 곧바로 시험을 중단하고 제어봉을 0스텝까지 다시 내렸다.
점검을 거쳐 다시 제어봉을 올렸고 오전 10시 27분 66스텝까지 올렸으나, 일부 제어봉이 54스텝에 머무르며 편차가 12스텝까지 발생했다.
원전 측은 편차를 확인한다며 오히려 100스텝까지 제어봉을 끌어 올렸다.
그러면서 오전 10시 31분 원자로의 출력이 제한치(5%)를 초과해 18%까지 상승했다.
원자로의 냉각재 온도는 302도까지 올라갔고 증기발생기 수위도 급격히 상승했다.
이어 주 급수펌프가 멈춰 섰고 보조급수 펌프가 가동했다.
원전 측은 다시 제어봉을 내렸고 2분 만인 오전 10시 33분 출력이 1% 이하까지 떨어졌다. 오전 11시 2분부터는 출력이 0% 상태를 유지했다.
원안위는 현장 조사를 통해 한때 출력이 제한치를 넘은 사실을 확인하고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할 것을 지시했다. 원전 측은 이상 발생 12시간 만인 오후 10시 2분 원자로를 정지시켰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지침서에 따라 원자로 가동을 바로 멈춰야 한다.
원전 측은 출력이 제한치를 넘은 것은 2분에 불과했고 제한치 이하의 안정 상태를 유지해 원자로를 멈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원전 측이 출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이미 제한치 초과 1시간 전에 이상(제어봉 편차)을 알았다는 데 있다.
이상을 알면서도 제어봉을 계속해서 올렸고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다시 올렸다가 이상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원안위 조사 결과 당시 면허가 없는 사람이 제어봉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 측이 민감한 원자로 문제인 만큼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원전 측이 제한치 초과 사실을 뒤늦게 알리면서 규제 기관인 원안위가 상황을 알고 수동 정지를 지시하기까지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
지역의 원전 감시 기구나 주민에게 알린 시점도 이상이 발생한 지 6시간이 넘은 오후 5시께였다.
원전 감시 기구가 이를 공개하면서 뒤늦게 문제가 알려지게 됐다.
이후 원전 측은 뒤늦게 자료를 냈지만 '원자로 이상'이라는 핵심을 비켜 갔다.
원전 측은 오후 7시 16분 자료를 내고 '원자로 특성 시험 중 제어봉 수동 인출 과정에서 원자로 냉각재 온도가 상승했고, 이에 따라 증기발생기 수위상승으로 모든 주 급수펌프 정지신호가 발생하여 보조급수 펌프가 자동 기동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안위가 수동 정지를 지시하고 0시 20분 또다시 낸 자료에서는 원자로나 증기발생기 문제는 빼고 '보조급수 펌프가 자동 기동돼 원인을 점검하던 중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원자로를 수동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측이 원자로 제어봉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려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센터 관계자는 "운전미숙, 설비 이상에 따른 작업관리 미흡 및 감시소홀 등을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제어봉이 제어되지 않은 부분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어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 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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