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롯데카드 '지분투자'에서 향후 '인수주체'로 나설까
MBK와 컨소시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20% 인수·인수자금 대출 주선도
향후 롯데카드 인수시 카드업계 2위권으로 도약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롯데카드 인수전이 반전 끝에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의 승리로 기울면서 앞으로 롯데카드의 운명에 관심이 주목된다.
우리은행이 현재 지분투자 개념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나 여건이 조성되면 아예 인수에 나설 수 있어 카드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004990]는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기존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로 바꿨다.
한앤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가 검찰 수사를 받고, 롯데카드 노동조합에서 인수 반대 입장을 밝힌 점 등이 우선협상자 대상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 노조가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87%가 한앤컴퍼니로의 매각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MBK 인수는 그 자체보다는 그다음 단계에 궁금증이 쏠린다. 사모펀드인 MBK가 롯데카드를 다시 매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는 만큼 그다음 주인이 우리은행이 되는지가 관심거리다.
우선 MBK가 롯데카드의 지분 60%를, 우리은행은 20%를 인수하고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보유하는 구조로 롯데카드 매각이 진행된다.
당초 본입찰에서 MBK가 롯데카드 지분 100%의 가치를 1조6천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향후 추가 협상에서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은행은 MBK가 지분 60%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 중 절반가량을 대출로 조달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이 직접 돈을 빌려줄 수 있고 신디케이션론으로 금융을 주선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일단 이번 인수전에서 투자은행(IB) 영업으로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는 입장이다.
대출 또는 금융주선에 따른 이자나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향후 롯데카드 재매각에 따른 자본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롯데카드 인수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MBK의 지분 6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설정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적극적으로 인수할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우리은행은 MBK가 롯데카드를 매각할 때 보유 지분을 MBK와 동일한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는 조항을 뒀다.
롯데카드가 제3자에게 팔릴 때 우리은행 보유 지분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MBK의 보유 지분 60%만 확보해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제3자가 우리은행 지분을 굳이 인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을 확실하게 팔고 나올 수 있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한 것으로, 우리은행이 이번 지분투자가 말 그대로 지분투자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그룹이 비(非)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어서 롯데카드를 인수할 동기는 충분하다.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우리카드는 신용카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8.5%로 7개 카드사 중 6위에 그친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양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19.7%로 업계 2위권으로 도약한다.
우리금융은 내년에 자산 위험도 평가 방식을 내부등급법으로의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롯데카드와 같이 위험자산이 많은 회사를 사들일 여건도 갖추게 된다.
2∼3년 후 MBK가 롯데카드를 매물로 내놓을 때 우리은행이 인수자로 나선다면 다른 어떤 곳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수금융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향후에 보유 지분을 팔 때 차익도 볼 수 있어 당장 이번 딜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며 "이번 지분투자는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롯데카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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