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서 치명상 입은 차이잉원, 시진핑 '통일론'에 부활하나

입력 2019-05-21 11:01
지방선거서 치명상 입은 차이잉원, 시진핑 '통일론'에 부활하나

다음 달 초 민진당 대선후보 경선 앞두고 지지율 급등세

시진핑 '일국양제' 통일론에 단호한 대응…"대만독립 지킬 것"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완패함에 따라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대만 통일론' 덕분에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20일로 취임 3주년을 맞은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 주석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통일론 압박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한 덕분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시진핑의 압박에 대한 저항 방식이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던 차이잉원을 부활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여론조사 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가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대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10.2% 포인트 급등한 43.1%로 나타났다.



대만민의기금회 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40%를 넘어선 것은 2017년 10월 이래 1년 7개월 만이다.

집권 민진당 내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한 지지도 조사에서도 차이 총통은 라이벌인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을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차이 총통은 대만민의기금회의 지난 3월 조사에서는 라이 전 행정원장에 26.0%대 55.1%로 30% 포인트가량 뒤졌으나, 4월 조사에서는 27.7%대 49.9%, 이번 5월 조사에서는 37.2%대 49.0%로 점점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차이 총통은 민진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돼 국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과 양자 대결할 경우를 가상한 여론조사 결과 47.1%대 40.8%로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대만 빈과일보 인터넷판이 여론조사기관 뎬퉁(典通)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 시장과 차이 총통 간 양자 가상대결에서 한 시장이 42.4%대 37.4%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론조사는 기관별로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작년 '11·24 지방선거' 완패로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나는 등 재선 도전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던 차이 총통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이는 시 주석의 통일논의 압박에 따른 반사 효과라는 게 정치 분석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시 주석이 올해 1월 일국양제에 의해 대만 통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차이 총통이 강한 대응을 한데 대한 대만 유권자들의 호응이 이어지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월 2일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한다는 옵션을 놔둘 것"이라고 일국양제 대만 통일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인민해방군(PLA)을 동원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일국양제 통일론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판스핑(范世平) 대만국립사범대학교 정치연구소 교수는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완패한 이후 누구도 차이 주석이 대선 레이스에서 이렇게 재기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대만 유권자들은 대만의 독립을 지키려는 차이 주석의 용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11·24 지방선거'에서 22개 직할시장 및 현장 가운데 민진당 소속은 13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 반면, 국민당 소속은 6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났다.

둥시츠(董思齊) 대만 국립사범대 교수도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했던 '일국양제' 방식으로 양안을 통일하자는 시 주석의 제안이 대만인의 감정만 자극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금회 여론조사 결과 대만 유권자의 약 60가량이 중국의 대만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이 주석은 경선과 대선 레이스에 자신감을 회복한 듯 19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우리의 입장을 확고하고 분명하게 선언한다"면서 대만 독립을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만의 총통 선거는 내년 1월 치러지며, 이에 앞서 민진당은 오는 6월 5일께 당내 대선후보를 확정한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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