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부동산펀드 등 세제혜택 폐지 논란…세금폭탄 vs 공정과세
정부, 부동산펀드·학교법인 등 토지분 재산세 분리과세 대상 제외 추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사모 부동산펀드와 학교 등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토지 등에 대해 정부가 분리과세 혜택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모 부동산펀드나 학교법인 등은 이전보다 두배 이상의 세금을 내게 돼 펀드 수익률이나 학교 운영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분리과세 혜택으로 충분히 효과를 본 만큼 다시 합산과세 원칙을 적용해 과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토지분 재산세 분리과세 필요성이 적은 토지를 종합·별도 합산과세 대상으로 환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재산세 분리과세 제외 대상은 사모형 부동산 리츠·펀드가 소유한 토지, 종교단체·학교법인·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사업자가 1995년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는 수익용 토지, 농협 하나로마트 중 일부 대형 지점 부지, 인천공항공사 소유로 국제업무지구·공항신도시 등으로 고시된 토지다.
이들 토지는 그동안 정책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분리과세 대상으로 분류됐고, 재산세를 납부할 때 종합·별도합산 과세 대상 토지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왔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법이 바뀌면 이들 토지가 종합·별도 합산과세 대상으로 환원되면서 기존에 공시지가의 0.2% 수준이던 재산세율이 내년부터 과세표준(과표) 구간에 따라 최고 0.48%로 높아진다. 또 이전에는 면제였던 종합부동산세도 부과된다.
이 때문에 개정안 적용 대상인 사모 부동산펀드와 사립학교 측에서는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법 개정 시 국내 사모 부동산펀드의 세금 증가분이 연간 1천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이는 펀드 수익률 저하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국내 사모 부동산펀드의 지난해 순자산총액 36조원을 기준으로 볼 때 인상되는 세금이 약 8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5.68%인 평균 수익률이 5%대 초반으로 0.23∼0.46%p 하락할 수 있으며 정부가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 등을 인상할 경우 수익률이 추가로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립학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사립대학들은 종부세와 재산세 증가분을 합쳐 연간 330억원가량의 세금을 더 내게 돼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어려운 학교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인천공항공사에서는 토지분 재산세와 종부세가 약 290억원에서 내년에는 1천130억원 이상으로 840억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파악했다.
행안부는 그러나 이번 개정이 과세 형평성 면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제지원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는 등 분리과세 필요성이 사라진 토지에 대해 계속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므로 개정안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모 부동산펀드의 경우 2006년 분리과세 대상이 되고서 현재까지 총 5천400억원의 세제 혜택을 받았다. 이는 애초에 지자체에서 공익적으로 사용됐어야 하는 재원"이라며 "이 기간 사모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가 13.6배로 성장하는 등 활성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해 혜택을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모 부동산펀드의 주요 투자자가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과 공제회 등 연기금이라는 지적에는 "국민연금 총자산 가운데 사모 부동산펀드 투자 금액이 1.1%에 불과해 큰 영향이 없으며 분리과세 혜택이 유지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사학법인 등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토지도 재산세 과표를 현실화한 데 따른 충격을 완화할 목적에서 1995년 이전 취득 토지만 분리과세로 전환했던 것으로, 유예기간이 20년 이상 지난 만큼 취득 시기에 따라 세율이 차등 적용되는 불합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또 전체 학교법인(초·중·고교 및 대학, 평생교육기관 등 포함)의 세금 부담은 연간 311억원 증가하게 되지만 학교법인 751여곳 가운데 72.4%는 세 부담 변동이 없다고 해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세금이 연 1억원 이상 늘어나는 법인은 36개이며 이들은 시가로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수익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증가분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또한 학교법인 보유 토지 중 수익용이 아닌 경우는 그대로 분리과세가 적용되고 교육용 토지도 그대로 재산세 면제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역시 법인세에서 비용처리로 공제되는 부분을 고려하면 실제 늘어나는 세금은 600억원가량이며 지난해 공사의 세전 당기순이익이 1조5천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활주로 주변 유보지 등 일부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