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타임' 90분간 화기애애 속 이견 '팽팽'…정상화까진 먼 길(종합)
여야 3당 원내대표, 여의도서 호프타임…"희망의 호프!" 건배
이인영이 계산…뚜렷한 결론 못 냈지만 "가급적 빨리 다시 만나자" 공감대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이슬기 김여솔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정상화를 위해 맥주잔을 부딪쳤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맥주집에서 만나 생맥주를 마시며 1시간 30여분동안 정국해법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호프타임'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는 3자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아 국회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가 민주당 이 원내대표에게 "맥주 잘 사주는 형님이 돼달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이날 자리가 마련됐다.
본격적인 회동을 시작하기 전 이 원내대표는 "오신환 원내대표가 (오늘 자리를) 주선하셨고, 쉽지 않은 자리였을 텐데 우리 '누님' 나경원 원내대표가 흔쾌히 와주셔서 기쁘다"며 "오늘 제가 맥줏값을 내는 날인데 정말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관심과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만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국회 정상화 해법을 찾겠다"며 "결국 민생으로부터 우리 정치는 제자리를 찾고 또 출발해야 하는 만큼 급한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 국회가 다시 열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흔쾌히 (호프타임을) 한다고 해서 저도 흔쾌히 같이 했다"며 "오늘 '호프'(hof)가 아니라 '호프(hope)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민생을 만들어갔으면 한다"며 "정치라는 게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한다. 국민이 제일 아파하는 것이 경제인데 해법에 차이가 많지만 그런 것(희망)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이렇게 파행된 것, 경제가 어렵고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국회 상황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해, 이 원내대표와 오 원내대표가 오시기 전 일이지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려 한다"며 "한꺼번에 우리가 모든 것을 풀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좀 더 마음을 열고 각박하고 소통하지 않는 문화를 바꿔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는 진솔하게 국회를 빨리 정상화해서 일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느꼈고, 나 원내대표는 오랜 정치경험 속에 또 큰 정치무대에서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고심 속에 큰 결단을 할 수 있는 고민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교섭단체 3당도 국민들이 갖고 있는 그런 절박한 마음을 같이 느끼고 있다는 생각으로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다 풀어놓고 대화를 시작해 좋은 희망의 메시지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 원내대표는 "희망 '호프'가 되기 위해서!"라는 말로 함께 건배한 뒤 비공개 회동을 시작했다.
비공개 회동 초반 세 원내대표는 민주당 정춘숙·한국당 이만희·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동석한 가운데 "어디에 사느냐"며 가벼운 '아이스 브레이크' 시간을 가졌다.
안주로 소시지와 크로켓, 치킨 등을 곁들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원내대변인들이 먼저 자리를 떠난 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본게임'에 들어간 3자는 주요 쟁점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나 서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1시간 30여분의 '3자 회동'을 마친 뒤 세 원내대표는 자리를 파했다. 맥줏값 10여만원은 '맥주 잘 사주는 형님' 이 원내대표가 계산했다.
여야3당 원내대표, '호프타임' 90분간 화기애애 속 이견 '팽팽' / 연합뉴스 (Yonhapnews)
회동을 마친 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그동안의 경위와 서로의 입장, 이 정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또 다음 얘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만 짧게 소감을 밝힌 뒤 말을 아꼈다.
나 원내대표는 "내일이건 모레건 계속 만날 계획이다. 빠르면 내일 볼 것"이라며 "국회를 열어서 필요한 부분을 해야할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확대편성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 경제에 있어서 좋을 것이냐 등 (국회 정상화)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많다"고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세 원내대표는 재해 추경 분리와 추경 확대 등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원내대표는 "나름대로 각 당 입장을 서로 확인하고 그 속에서 국회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현재 우리가 확 결정 내리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조만간 빨리 다시 한번 보자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사이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 중 일어난 상호 고발 중 보좌진 등을 대상으로 한 고발 일부 취하와 추경 처리, 패스트트랙 이후 논의 등에 대해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가급적 빨리 국회에서 다시 만나 '호프타임'의 정신을 이어가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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