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불법주차 신고하라더니…밤에는 NO·하루 세번만?

입력 2019-05-25 06:00
[SNS 세상] 불법주차 신고하라더니…밤에는 NO·하루 세번만?

신고 가능 횟수·시간대 등 지자체별로 접수 기준 달라 시민 혼동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안전신문고 앱으로 '4대 불법 주정차'(소화전,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교차로 모퉁이 근처에 차를 세우는 것) 신고를 했는데 다른 지자체와 달리 우리 지역은 하루 3번만 신고를 받는다네요. 왜 지역마다 다른가요?"

행정안전부는 지난달부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4대 불법 주정차' 신고를 받고 있다. 교통안전과 직결되는 불법 주정차 근절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앱 이용자들은 "적극적인 신고가 어렵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자체마다 신고 기준이 제각각이고, 신고 시간이나 횟수 등에 제한을 두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 일일 신고 건수도, 신고 시간도…"동네마다 달라요"

서울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퇴근길에 집 근처 교차로에 주차된 차량 탓에 사고를 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곳에 세워둔 차량이 사각지대를 만들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에는 특히 심하다. A씨는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교차로 불법주차를 신고했지만, '수용되지 않음'이란 통보를 받았다. 오후 10시를 넘겨 신고했다는 이유다. 그는 "신고 시간이 제한됐다는 공지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행안부가 만든 4대 불법 주정차 신고 안내문을 보면 '교차로 모퉁이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은 보행자의 야간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나와 있는데 정작 밤에는 신고를 받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비슷한 시간에 직접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교차로 모퉁이와 횡단보도 등에 불법 주차한 차량을 신고해 보니 '신고 시간이 충족되지 못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한다(불수용)'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신고를 처리한 교통관리과 관계자에게 불수용된 이유를 묻자 "밤늦게 신고할 경우 운전자와 신고자 간에 시비가 붙을 수도 있어서 시간 제한을 둔 것"이라며 "신고자 보호 차원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24시간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신고 접수를 하는 시간에 제한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제한이 없으면 신고 건수가 느는만큼 한정된 인원과 시간으로는 처리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평일과 휴일에 따라 신고 시간 요건이 달라지기도 한다. 의정부시의 경우 평일은 아침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4대 불법 주정차 신고를 받는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대에 신고할 경우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

의정부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의정부 지역이 주차 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불법 주차 단속 시간에 제한을 뒀다"고 밝혔다. 주차면 수가 부족한 것을 고려해 차량의 통행이나 인적이 드문 시간엔 사실상 불법주차를 방치하는 셈이다.

신고 횟수 제한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군포시나 성남시 등 경기도 일부 지자체나 대구 달서구 등은 하루에 신고를 최대 3회까지 할 수 있도록 제한해 놨다. 반면에 수원시 등은 제한 횟수가 없다.



같은 시(市) 안에서도 구(區)마다 신고 횟수가 다른 곳도 있다. 인천시 서구는 하루 신고 건수 제한이 없지만 인접 지역인 계양구나 부평구 등은 하루 3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인천시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안전신문고앱 뿐만 아니라 다른 신고 앱을 통해서도 주차신고가 들어오는데 주말에는 200건이 넘는다"며 "처리할 수 있는 인력의 한계 때문에 신고 횟수에 제한을 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구는 다른 자치구보다 인력 여유가 있어서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 가능 지역을 제한해 놓은 지자체도 있다. 충북 제천시는 제천역 주변과 시에서 정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4대 불법 주정차 신고를 받지 않는다. 제천시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면·읍 등 소규모 단위 지역에는 주차시설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신고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일관성 있는 신고 기준 있어야 불법 주정차 근절"

안전신문과 앱 이용자들은 신고 조건에 대한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 안전신문과 앱으로 4대 불법 주정차 신고를 해온 조모(34·경기도)씨는 "단속 기준이 지자체마다 들쭉날쭉하고 기준도 명확히 알기 쉽지 않다"며 "정 제한을 둬야한다면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NS상에서도 이런 불만을 쏟아내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보배드림 아이디 '루이**'를 쓰는 이용자는 "4대 주정차 기준에 부합되는 신고를 해도 '1인당 하루 3회로 제한한다'며 받아주지 않는다"며 "악의적인 반복 민원을 방지하기 위함이라지만 주민신고를 독려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원칙적으로는 신고 시간이나 횟수 등에 제한을 두는 것이 주민신고제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면서도 제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철모 행안부 예방안전정책관은 "4대 금지구역은 24시간 내내 예외 없이 차를 대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안전에는 시간 제한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 예방안전정책관은 "불법 주차 문제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사회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것이 (신고제의) 궁극적인 의도"라며 "지자체마다 제한없이 신고를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행안부 관계자는 "신고 제한 등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있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 23일 일부 지자체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며 "(제도가 정착하기 위한) 과도기 과정이라고 봐달라"고 해명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불법 주차 단속 기준만큼은 동일하게 세워야 한다"며 "똑같은 주차 위반 상황인데 어느 지역은 신고가 되고, 다른 지역은 안된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특히 4대 불법 주정차는 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제약 없이 24시간 단속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hlamazel@yna.co.kr

기사 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