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잇단 스캔들에 오스트리아 32세 총리 '홀로서기' 승부수
자유당 소속 내무장관도 해임될 듯…조기총선으로 단독정부 노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극우 자유당에 '(연정은) 할만큼 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두었다.
1986년 8월생인 그는 올해 만 32세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전 세계 정치 리더 중 최연소 정상이다.
여론조사에서 한때 극우 자유당에도 밀리던 중도 우파 국민당을 2017년 총선에서 제1당으로 만든 그는 연정 파트너였던 자유당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자유당 소속 각료들은 인종차별,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7일 부패 스캔들 동영상으로 사퇴한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린 크나이슬 외무장관은 지난해 결혼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했다가 외교적 논란을 촉발했다.
결혼식에서 신부였던 그가 푸틴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은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됐다.
슈트라헤 부총리가 2년전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조카라는 여성에게 '정부 사업권을 줄 테니 후원을 해달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오스트리아 극우와 러시아의 유착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통적인 연정 파트너였던 사회민주당을 배제하고 극우 자유당과 손잡았던 쿠르츠 총리는 10개 부처 중 내무부, 국방부, 외교부 등을 자유당에 넘겨주었다.
무소속 의원들이 입각한 부처를 제외하면 국민당 몫으로 가져간 부처는 법무부와 지속 가능·관광부뿐이다.
제3당인 극우 자유당에 힘이 쏠린 정국에서 슈트라헤 부총리의 스캔들이 터지자 쿠르츠 총리는 하루 만에 연정 해산을 선언하고 휴일인 19일에는 중도 좌파 성향의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과 조기 총선을 협의했다.
20일에는 자유당 소속인 키클 내무장관 해임설이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게르노트 브뤼멜 오스트리아 총리실 장관은 공영 ORF 방송 인터뷰에서 쿠르츠 총리가 키클 장관을 해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난민 차별, 나치 표현으로 논란이 됐던 키클 장관은 그동안 여섯번이나 불신임 투표에 넘겨졌지만 장관직을 유지했다.
쿠르츠 총리는 슈트라헤 부총리와 키클 장관이 동반 사임하면 연정을 유지하겠다고 했으나 자유당이 거부하자 연정 해산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연정 해산을 선언하면서 "사건, 사고, 스캔들 없이 다수의 지지 속에 아름다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 지금은 누군가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조기 총선에서 단독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승부수가 성공하게 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여론조사에서 쿠르츠 총리의 지지율은 34%에 머물고 있으나 강경한 난민정책이나 감세 정책 등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 평론가인 카르스텐 니켈은 블룸버그 통신에 "쿠르츠는 효과적으로 자유당 몰락에 베팅했다"며 "극우가 체계적으로 수십년간 정치세력화한 곳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평론가인 토마스 호퍼는 "쿠르츠가 포퓰리스트들을 제대로 길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발등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19일 가급적 9월초 총선을 치르게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쿠르츠 총리의 승부수는 석 달여 뒤 성패가 판가름 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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