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경찰 비대화 우려 씻고 민주적 수사권 조정 속도내야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협의회를 열고 국가수사본부 신설 추진과 경찰 정치관여 원천차단 같은 개혁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당·정·청 협의회는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후 처음 열려 경찰개혁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손보는 자리였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이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주장에 응답하는 성격도 띠었다.
사실,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 개혁안의 골자는 작년 1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한 권력기관 대수술 정책에 포함된 것이다. 핵심 줄기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검찰이 경찰의 1차 수사 종결권과 정보경찰의 폐해를 거론하여 조정안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에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처방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만하다. 권력기관 개혁은 권력 오·남용 근절, 집중권한 분산, 권력기관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수사를 전담하는 국가수사본부를 둬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이원화하고 치안, 경비 등을 맡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을 서두르기로 한 것이나 경찰의 정치관여 시 형사처벌을 명문화하려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거론되는 조처들이다. 무엇보다 국가경찰 수사사무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을 개방직으로 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관서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안이 경찰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잠재우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들 개혁을 실천할 주체로서 경찰이 받는 낮은 신뢰는 항상 문제로 남는다. 서민의 벗이자 민중의 지팡이로서 생활 치안과 진실의 파수꾼이어야 할 경찰은 자주 본령을 망각한 행태들로 실망을 안겼고 검찰과 더불어 권력의 시녀 또는 사냥개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경찰이 과거의 과오를 딛고 새롭게 거듭나는 것은 순전히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나아가 수사권 조정의 다른 대상인 검찰의 반응과 검·경의 협력 역시 중요할 텐데, 최근 양측의 대결적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불안한 구석도 많다. 당·정·청은 검찰과도 미세조정 문제를 숙의하고 공전 중인 국회의 정상화와 입법 절차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서 조직 이기주의적 자세로 다투는 것을 더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최근 구속된 것이나, 10년이 지난 장자연 사건이 검·경의 수사미진으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수사 여부 소재가 됐던 현실은 참담하다. 검·경 조직이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의 근본 목적은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여타 권력기관의 민주화를 통해 보편적 인권을 확장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권력기관을 주권자인 국민 편에 서게 하는 환경을 거듭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개혁의 핵심임을 놓쳐선 안 된다. 권력기관이 국민 편에 서서 국민에게 봉사하지 않고, 주권을 위임받은 통치세력에 휘둘리고 악용되는 시절로 되돌아가선 민주국가의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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