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옛 참모' 배넌, 프랑스서 극우 지원사격…집권당 '발끈'(종합)

입력 2019-05-20 19:51
'트럼프 옛 참모' 배넌, 프랑스서 극우 지원사격…집권당 '발끈'(종합)

배넌 "르펜 유럽의회 선거 승리할 것"…총리 "강한 유럽이 트럼프 신경 거슬린듯"



(파리·서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임은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석전략가를 지낸 미국의 극우 논객 스티브 배넌이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를 방문해 극우 세력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유럽의회 선거 여론조사에서 극우 정당에 밀리고 있는 집권당은 배넌과 극우 정당을 동시에 비난하며 발끈했다.

배넌은 20일(현지시간) BFM 방송에 출연해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면서 유럽의 포퓰리즘·국가주의 정당들이 유럽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국민연합(RN)의 대표인 마린 르펜의 친구이자 동료라고 소개하고는 "르펜은 이번 선거에서 이길 것이며 프랑스 정치사에서 가장 화려한 컴백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특히 2017년 프랑스 대선·총선의 잇따른 참패 이후 르펜이 보여준 '회복력'과 당의 이미지 변신 시도를 "매우 특별했다"고 극찬했다.

또 "살비니(이탈리아 부총리), 오르반(헝가리 총리), 르펜은 유럽연합(EU)을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별국가들의 연합체로 EU를 개혁하려는 것이며 이는 유럽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 운동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도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전날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쉬' 인터뷰에서 르펜을 '현대적 여걸'로 추켜세우는 등 파리에서 르펜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배넌은 작년 3월에도 국민전선(국민연합의 전신) 전당대회에 초청돼 프랑스를 방문해 "역사는 우리 편"이라고 주장하는 등 르펜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배넌의 르펜 돕기에 프랑스 집권당은 발끈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BFM 방송 인터뷰에서 "오늘, 1945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은 유럽의 프로젝트(유럽연합·EU)가 사라지고 약해지는 것을 원했다"며 "미국은 오로지 허약하고 분열된 유럽을 원한다"고 날을 세웠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도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강한 유럽은 자주권의 조건이라며 "내가 보기에 그것(강한 유럽)이 배넌과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을 거슬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선거대책본부장 스테판 세주르네는 트위터에서 배넌이 르펜을 도우려고 파리에 와서 고급 호텔에 머문다고 비난했다.

특히 LREM의 비례대표 2번 후보 파스칼 캉팡은 C뉴스 방송에 출연해 한때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배넌의 존재와 관련해 "RN은 트럼프와 푸틴이 유럽을 파괴하기 위한 트로이의 목마이자 허수아비"라고 주장했다.

배넌과 극우정당에 대한 집권당의 비판이 거세자 르펜은 배넌이 RN의 선거 캠페인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배넌은 자신의 회사 하나를 프랑스의 금융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사업차 파리에 왔을 뿐 선거 운동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선거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28개 회원국에서 진행되며 프랑스에서는 26일 치러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극우성향의 RN이 마크롱의 집권당 LREM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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