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당직임명 놓고 '치킨 게임'…또다시 면전서 난타전
손학규, 정책위의장·사무총장 임명하며 "이미 협의"
바른정당계 "협의 아닌 통보…노욕에 사로잡혀 농단"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두 쪽으로 나뉜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20일 또다시 충돌했다.
손학규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등 3개 요직에 측근 인사를 임명하자, 오신환 원내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는 즉각 반발하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이날 당직 임명이 당헌·당규가 정한 '최고위 협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오 원내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날치기 통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지 2주 차에 들어섰지만, 내홍 수습은커녕 서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손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반대도 많았고 다시 협의하자는 의견도 많았으나 실은 지난 회의 때 비공개로 협의한 사안"이라며 임명 강행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른정당 출신인 이준석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협의가 아니라 통보였다. 협의라는 당헌·당규 용어를 강행해도 된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바른정당계인 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손 대표가 노욕에 사로잡혀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농단하고 있다"며 "당의 운영 절차를 다 파괴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당을 망치고 있다. 당장 사퇴하는 게 옳다"라고 주장했다.
양측간 신경전은 손 대표의 인사 조치에 앞서 열린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오전에 당직 임명 안건이 긴급히 올린 것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고 고성도 난무했다.
포문은 바른정당 출신의 오 원내대표가 먼저 열었다.
오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자리인 만큼 손 대표는 원내대표와 이견 조율을 하는 게 상식"이라며 "오늘 긴급히 안건을 상정해 날치기 통과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계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할 때 전날 채이배 비서실장을 시켜 그 사실을 통보해 왔다"며 "협의와 통보는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
이어 "당헌·당규에서 정한 '협의'라는 용어에 명확히 유권해석을 내리고 이를 안건에 올려 최고위에서 의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정책위의장 등 임명 안건을 오늘 아침 8시 11분에야 내부순환도로에서 통보받았다"며 "이게 손 대표가 말하는 최고위 협의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지명직 최고위원인 문병호 전 의원은 "최고위원들은 당헌부터 읽고 회의에 나와라. 긴급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당 대표가 의안을 선정하게 돼 있다"며 손 대표 엄호사격에 나섰다.
그는 이어 손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정당계를 겨냥해 "유승민 의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창당 주역이자 당의 얼굴인 유 의원이 불참한 것은 우리 당 절반은 5·18을 평가절하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이런 인신공격은 말도 안 된다. 공개발언에서 왜 이런 발언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유 전 대표의 SNS에만 들어가 봐도 5·18에 대해 잘 쓴 글이 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비난을 하느냐"며 반박했다.
한편 지난 15일 김관영 전 원내대표와 함께 정책위의장직에서 물러난 권은희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손 대표 거취 논란과 관련해 "자연스럽게, 여유를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즉각 퇴진론'과는 여전히 거리를 뒀다.
권 의원은 다만 "손 대표가 곤경에 처하자 측근 인사를 기용하고 있는데 이는 당을 균열시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국회 전략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인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