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격화에 '美 유학생 드라마' 中서 연쇄 방영 취소

입력 2019-05-20 11:23
무역전쟁 격화에 '美 유학생 드라마' 中서 연쇄 방영 취소

"2016년 사드 갈등 인한 '한한령' 연상시켜"

중국 관영TV, '항미원조 영화' 4일 연속 내보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당국의 '반미' 기조가 거세지면서 미국 유학 생활을 다룬 TV 드라마의 방영이 중국에서 잇달아 취소되는 일마저 발생했다고 홍콩 명보가 20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당초 전날 저녁 7시 30분 동방(東方)TV와 저장(浙江)TV, 동영상 플랫폼 텅쉰(騰迅), 아이치이, 여우쿠 등에서는 '아빠 데리고 유학 가다'라는 드라마를 방영할 예정이었다.

이 드라마는 아들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 아버지가 미국 생활을 하면서 겪는 사건과 부자 간 갈등·화해, 웃음 등을 다뤘다.

그런데 제작사나 방송사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은 채 이 드라마의 방영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대신 '나의 진짜 친구'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갑작스러운 방영 취소로 중국 온라인에서 온갖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 드라마의 감독이 거액의 탈세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 연예산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방영 취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중국 연예산업 관계자는 "최근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미국과 관련 있는 드라마의 방영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며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유학 생활을 다룬 드라마의 방영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 뉴욕에서 중국인 변호사와 유학생의 만남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베이징에서 너를 기다려'도 방영이 중단됐다.

이 드라마는 원래 '뉴욕에서'라는 제목이었으나,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제목을 '베이징에서 너를 기다려'로 바꿨으나 방영 중단을 면하지 못했다.

명보는 이러한 분위기가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한국 연예인의 출연과 한류 드라마의 방영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한한령'(限韓令)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TV에서는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을 다룬 영화가 연일 방영되고 있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로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중국 관영중앙(CC)TV는 16일 '영웅아녀'(英雄兒女), 17일 '상감령'(上甘嶺), 18일 '기습'(奇襲)에 이어 19일에는 6·25전쟁 때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장진호 전투를 다룬 기록 영화를 내보냈다.

CCTV의 영화 해설원은 "우리는 영화와 같은 문예 작품을 통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며 "지금이 항미원조 시대는 아니지만, 무역전쟁 배경 아래에서 '항미'는 여론의 주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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