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사적지 누비는 대구 민주운동 상징 '228번 버스'
대구에선 5·18 상징 518번 시내버스 운행 중
문 대통령 '화해·통합' 강조하며 언급
(광주·대구=연합뉴스) 천정인 최수호 기자 = "이번 정류장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입니다"
19일 광주 동림동에서 전남 화순 전남대병원을 오가는 228번 시내버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 버스가 멈춘 정류장 건너편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물로 지정된 5·18기록물을 보관 중인 5·18기록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잠시 승객을 내려준 버스는 5·18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인근을 거쳐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 벌어진 주남마을을 경유하는 등 광주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의 발이 되었다.
당초 '지원 151번'으로 운행하던 이 버스가 228번으로 번호를 바꾼 건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일인 전날부터다.
228번은 대구의 2·2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번호다.
대구 2·28민주화운동은 1960년 2월 28일 이승만 독재정권에 대항한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의 민주화운동으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를 기리고자 광주 4·19혁명 진원지인 광주고등학교를 비롯해 역사적 맥락을 같이 하는 5·18 사적지를 주요 노선으로 다니던 지원 151번이 228번으로 바뀌게 됐다.
지난해 12월 대구시가 달빛동맹협력위원회를 통해 광주 5·18과 대구 2·28을 상징하는 시내버스 운행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러한 의미를 승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안내문을 버스에 붙여놓기도 했다.
특히 '2·28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빛들아'라는 문구가 들어간 특별한 디자인이 들어간 버스도 일부 운행되고 있었다.
이 버스 승객 김미진(39) 씨는 "이 버스를 타다 보니 대구 2·2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번호를 붙이는 건 좋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228번 버스 운행에 맞춰 대구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518번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부터 경산 하양읍까지 운행하는 518번 버스는 2·28기념중앙공원을 경유하며 5·18과 2·28을 잇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518번 버스는 광주시민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노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광주에서 228버스 운행을 계기로 광주와 대구가 정신적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의 228번 버스와 대구의 518번 버스를 언급하면서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었고 정의와 민주주의로 결속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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