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북서부서 몸값 노린 무장 갱단 납치 사건 증가

입력 2019-05-18 19:27
나이지리아 북서부서 몸값 노린 무장 갱단 납치 사건 증가

"납치범들, 대규모 조직화한 가운데 납치대상 안 가려"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나이지리아 북부지역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아미누 마가미는 지난 2월 어느 날 밤 20여명의 무장괴한이 고속도로에서 총을 쏘자 일순간 공포에 얼어버렸다.

마가미는 도로가 차단돼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며 "그들 중 한명이 내 차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난 그저 앉아 있다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팔을 치켜들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마가미는 이날 고향인 북서부 잠파라 주(州)에서 피랍돼 거의 한 달간 억류되고서 갖은 고문을 견뎌내야 했다고 AF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고위 경찰 간부인 모하메드 아다무에 따르면 잠파라 지역은 올해 1분기 범죄로 인한 사망자가 203명에 이르며 납치 사건은 281건을 기록했다.

납치 건수는 올 1분기에 발생한 나이지리아 전체 피랍사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는 일일 평균 7건에 달하는 숫자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주로 남부 유전지대를 중심으로 납치 사건이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의 고향인 북서부 지역으로까지 납치범들의 활동 범위가 확대됐다.보안전문가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공식 보고된 피랍건수는 최근 증가일로에 있다.

이처럼 피랍사건이 증가하는 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데다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치안 문제로 군경의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준동, 그리고 토지를 두고 벌어지는 농경민과 유목민 간 분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피랍 당시, 마가미는 자신의 택시에 탄 여성 2명, 어린이 3명과 함께 인접국 니제르 접경지역인 숲속의 컴컴한 오두막에서 수십명의 다른 인질들과 함께 쇠사슬에 묶여 지냈다.



납치범들은 매일 마가미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많은 액수의 몸값을 요구했고, 주로 상인과 농부인 친지들은 44만 나이라(146만원)의 금액을 겨우 마련해 지급했다.

25일 만에 풀려난 마가미는 AFP에 가족들의 수차례에 걸친 요청에도 경찰의 구조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 납치범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는 가운데 피랍 대상자들도 종전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고 국제위기그룹(ICG)의 은남디 오바시는 전했다.

오바시는 "납치범들은 이제 대규모로 움직이는 데다, 정교한 이동방식을 갖추고, 대범한 공격을 가하는 등 더욱 조직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전에는 부유한 사람들을 납치했지만, 최근에는 빈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납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시는 그러면서 정부의 안보 역량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쏠리면서 전국적인 치안여건은 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나이지리아 중·북부지역에서 전통적으로 토지를 두고 벌어지는 농경민과 유목민의 충돌은 지난 수년간 국내 치안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나이지리아 경찰은 지난주 특별 작전을 통해 북부에서 93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하고 수십정의 자동화기를 압수했다고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배치되지 않은 농촌 지역은 점점 이들 괴한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주민들은 자경단을 꾸려 치안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이처럼 자경단과 민병대가 늘어남에 따라 나이지리아 중·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자동화기의 확산이 우려된다.

이제 나이지리아 북서부 농촌 지역에서는 무장단체의 가축 강탈, 사유재산 파괴, 그리고 몸값을 노린 납치가 일상화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왕정 지역인 소코토의 지도급 인사인 삼보 주나이두는 북서부 지역이 "반란군과 무장 갱단의 은신처"가 되고 있다며 이들이 뒤섞여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지닌다고 말했다.

북동부에서 벌어지는 정부군의 군사작전을 피해 치안이 허술한 북서부로 도피하는 보코하람 대원들도 이 지역 치안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나이두는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무장 갱단이 수익금을 나누기로 하고 보안요원 및 정치인들과 손잡고 비교적 쉽게 범죄행각을 벌인다고 믿고 있다.

이와 관련, 주나이두는 "정부 고위급 인사나 정치인들이 갱단과 손을 잡았다"고 의심했다.

한편, 피랍 생활의 고통이 채 가시지 않은 마가미는 미래가 걱정스럽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하고 있다. 쇠사슬로 인해 손을 다쳤다.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고사하고 이제는 바지도 스스로 입지 못한다"고 밝혔다.

마가미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살아있어 행복하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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